11일 훈련을 5일로 줄였지만
평양은 "평할 가치도 없다"고 답했다
되돌릴 수 있는 양보가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을 규범의 틀 안에 가두는 다국적 검증체제,
그 핵심에 미국 전력을 둔다
미 해병대 제36항공단(Marine Aircraft Group 36), 제1해병항공단(1st Marine Aircraft Wing) 소속 AH-1Z 바이퍼 헬기가 2026년 7월 24일 한국해병교류훈련 26.2(KMEP 26.2) 기간 중 대한민국 서울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출처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
미 해병대 제36항공단(Marine Aircraft Group 36), 제1해병항공단(1st Marine Aircraft Wing) 소속 AH-1Z 바이퍼 헬기가 2026년 7월 24일 한국해병교류훈련 26.2(KMEP 26.2) 기간 중 대한민국 서울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출처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

지난 17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은 몇 줄에 불과했다. 김정은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근거로 헤그세스 전쟁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이번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은 11일에서 5일로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11월 아시아 일정 등을 계기로 김정은과 다시 만나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방법이 빙빙 돌아가는 먼 우회로다.

필자는 2021년 한국경제신문 기고를 시작으로 수년간 파이낸스투데이(본지) 등에 유엔군사령부 체계를 활용한 북한 지역 감시·연락 전력 배치, 이른바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를 제시해 왔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항구적인 자주평화와 지속적인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서이다.

트럼프가 지금 얻으려는 것 대부분이 그 구상 안에 이미 들어 있다. 빙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현황 — 답은 이미 나왔다

트럼프는 이번 지시의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 훈련 비용의 대부분을 미국이 부담해 온 관행, 그리고 한국이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노 쌩스(No Thanks)로 답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대목은 트럼프 본인의 진술일 뿐 한국 정부가 그 표현으로 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훈련이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해 온 나라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규정도 덧붙였다.

결과는 곧바로 나왔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담화에서 훈련 축소를 두고 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군사연습의 공격적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개별 훈련의 축소가 아니라 연합훈련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한다고 했다.

다음 날 담화에서는 훈련 축소로 한국이 전쟁놀이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였다며 조롱까지 얹었다. 미국이 카드를 냈고, 평양은 받지 않았다. 이것이 훈련 축소라는 수단의 한계다. 상대가 그것을 구조 변화가 아니라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전술적 조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계산 자체는 합리적이다. 미국은 지금 베네수엘라, 이란, 우크라이나 전선을 동시에 관리하며 잠재적 대만해협 위기까지 감당해야 한다. 11월 중간선거도 앞두고 있다.

한반도에 묶인 병력과 예산과 관심을 다른 전선으로 돌리려는 유인은 구조적이다. 문제는 훈련 축소로 얻는 것이 시간뿐이라는 데 있다. 2018년에도 순서는 비슷했다. 6월 싱가포르 회담 직후 훈련 유예까지 내주었지만 협상은 이듬해 하노이에서 멈췄다. 같은 순서를 다시 밟으면 결과도 같아진다.

문제점 — 축소는 되돌릴 수 있지만 배치는 되돌리기 어렵다

훈련 축소는 대통령이 바뀌면 하루 만에 원상복구된다. 북한도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훈련 축소를 받고도 실질적 양보를 내놓지 않는다. 미국이 지불한 카드는 소모되고, 북한이 챙긴 것은 남는다. 이 비대칭이 30년간 반복됐다.

반면 배치는 다르다. 검증·연락 인력이 북한 땅에 실제로 상주하는 순간, 그 사실 자체가 구조가 된다. 협정과 시설과 국제 감시망이 얽히면 다음 행정부도, 평양도 쉽게 되돌리지 못한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임기 안의 이벤트가 아니라 역사에 남는 딜이라면, 되돌릴 수 있는 양보가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의 처지도 이 구도를 강화한다. 진정성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북미 대화를 이끄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고, 자신은 이를 뒷받침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는 대북 긴장 완화와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란 문제와 대미 투자 이행에서는 워싱턴과 마찰을 노출했다. 대미투자 3500억 달러는 특별법과 시행령을 마련하고 6월 한미전략투자공사까지 출범시켰으나 아직 개별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오하이오 330억 달러 규모 가스화력 사업의 컨소시엄 구성을 마쳤고, 8월 7일에는 텍사스 천연가스 발전 사업에 씨티그룹·JP모건 등과 총 22억 달러 규모 공동융자 계약을 체결했다. 속도 차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서울을 건너뛴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결과물의 대부분은 한국의 자본과 인력과 산업 없이는 현금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언의 핵심 — 철수도 축소도 아닌 재배치

구상의 뼈대는 이렇다. 현재 약 2만 8500명 규모로 평택을 중심으로 오산·동두천·군산·대구 등 전국 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가운데 극히 일부를, 비전투 감시·연락 임무를 맡는 다국적 검증 조직의 형태로 북한 지역에 단계적으로 두는 것이다.

명칭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은 전투부대의 북진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검증단이다. 임무는 핵시설과 합의 이행에 대한 검증,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연락, 그리고 진출 기업과 외교공관 보호에 한정한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정전협정과 유엔군사령부는 이 배치의 자동적인 법적 근거가 아니다. 유엔사는 이름과 달리 유엔의 평화유지 기구가 아니며 유엔의 지휘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정전협정은 상대측 군사통제지역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북한 영토 내 상시 주둔은 협정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유엔사가 제공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제도적 출발점이다.

실제 배치에는 북한의 명시적 동의, 북한과의 별도 병력지위협정, 정전협정 당사자 간 합의, 그리고 임무 성격에 따라 안보리의 별도 승인이나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 이 조건들을 명시하는 것이 구상을 약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끌어올린다.

경로는 두 갈래다. 현행 유엔사 틀을 활용하되 북한과 새 합의를 맺어 소수의 비전투 감시·연락 인력을 두는 방식이 하나이고, 미·중·러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의 다국적 감시 임무를 안보리에서 창설하는 방식이 다른 하나다.

후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 또는 최소한 거부권 불행사가 전제된다. 어느 쪽이든 협상 초기에는 전자로 시작해 후자로 확장하는 설계가 현실적이다.

아울러 북한 내 인력이 정세 악화 시 사실상의 인질이 될 위험은 이 구상의 최대 약점이다. 비상 철수로 확보, 상시 비상 연락 체계, 유사시 구출 계획을 협상 문서 안에 명문화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도 통과되기 어렵다.

경제 — 자물쇠와 경비원

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미국인의 신규 대북투자도 막혀 있다. 제재는 명분이 아니라 실제 법적 진입장벽이다. 여기에 몰수와 송금 위험이 겹친다. 개성공단 자산이 통째로 동결된 기억은 아직 살아 있다.

따라서 순서가 중요하다. 제재 해제가 문을 여는 열쇠라면, 투자보장협정과 수용 보상 규정, 국제중재 절차와 송금·환전 보장은 그 문에 다는 자물쇠다. 다국적 검증 전력은 그 자물쇠를 함부로 부수지 못하게 하는 경비원이다.

경비원만 세우고 자물쇠를 달지 않으면 아무도 돈을 넣지 않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절차 적용과 다자개발금융 참여, 공동 자산보호 보증 장치가 함께 설계되어야 이 구상이 경제적으로 작동한다.

기대효과 — 여섯 주체의 계산서

본 제언에 대한 한미일의 기대효과는 비할바 없이 크다. 그러나 이 구상이 성립하려면 각국이 얻을 것뿐 아니라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그것을 덜어줄 조건까지 함께 놓여야 한다.

특히 중국은 북한을 단순한 경제 파트너가 아니라 미국 군사력과 본토 사이의 완충지대로 본다. 러시아는 2024년 이후 북한과 군사협력을 크게 강화했다. 두 나라가 순순히 받아들이리라 보는 것은 안이하다. 협상은 그들의 우려를 정면으로 다루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 주체별 손익과 수용 조건 (필자 판단)

주체 얻을 수 있는 것 가장 큰 우려 수용 조건
미국 안보 비용 절감과 다중 전선 자산 재배치, 검증 가능한 핵 동결과 결합 시 본토 위험 감소, 동북아시아 균형, 중국 러시아 동시견제 파견 인력의 인질화, 성과 없는 장기 개입 비상 철수·구출 계획 명문화, 단계별 검증 연동
북한 제재 해제와 외자 유입, 체제 안전에 대한 실질 보증 주권 침해, 내부 정보 유입에 따른 체제 침식 활동지역·인원 제한, 단계적 이행, 체제 보장 문서화
중국 핵 도발 위험 감소, 북한 개방에 따른 경제 기회, 대미 협상 레버리지 완충지대 상실, 압록강·두만강 접경까지 미군 접근 전투부대 배제, 국경 이격 거리 설정, 전략자산 반입 금지, 병력 상한
러시아 중국 영향력 견제 반사이익, 극동 개발 참여 여지 북러 군사협력 자산 상실, 대미 협상력 약화 중국과 동일한 군사적 제한, 검증체제 참여 지분 보장
일본 북핵 위협 완화, 납치 문제 통로, 재건 신시장 비용 분담 확대 요구 미국 주도 확인, 사업 참여 지분 보장
한국 항구적 자주평화 구조, 자원 개발과 재건 사업 참여, 친중·종북 담론의 근거 소멸 비용 전가, 협상 배제, 국내 정치 분열 자원 개발 우선권과 재건 주도 사업자 지위 확보, 협상 당사자 지위 명문화

한국의 몫은 특히 중요하다.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관을 감안하면 초기 기반시설과 유지비, 북한 경제 지원 비용의 상당 부분이 서울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단순한 비용 부담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자원 개발 우선권과 한반도 재건 사업의 주도적 사업자 지위를 협상 문서에 못 박아야 한다. 그 위에서만 장기적 이익이 성립한다.

개방과 인적 교류가 확대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부담을 일부 완화할 여지가 생기고, 북한의 텅스텐·흑연 등 광물이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 지하자원의 경제성 있는 매장량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과대평가는 경계해야 한다.

국내적 효과는 다른 층위에 있다. 미군의 존재가 휴전선 이남에만 국한된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해 온 반미·용미 이분법과 종북 담론이 근거를 잃는다. 다국적 검증단이 한반도 전역에서 합의 이행을 확인하는 구조에서는 그 선동이 설 자리가 없다.

추진 경로 — 기간이 아니라 조건으로 넘어간다

▐ 조건 충족형 단계 설계

단계 핵심 내용 다음 단계 진입 조건
1단계 연락·검증센터 북미 직접 채널 가동, 평양 연락사무소와 검증센터 개설, 중러 대상 군사적 제한 패키지 협상 핵물질 생산 동결 합의와 국제사찰 복귀
2단계 다국적 감시단 비전투 감시·연락 인력 거점 배치, 병력지위협정 체결, 제재 단계적 면제와 투자보장협정 발효 핵탄두·ICBM 상한 설정과 검증 이행 실적
3단계 제한적 분산배치 합의된 상한 내 배치 확대, 평화협정 논의 개시, 자원 개발과 재건 사업 본격화 단계적 감축 이행과 평화협정 체결

목표 설정에 대해서도 오해가 없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를 장기 목표에서 지울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을 첫 번째 문턱으로 놓아 모든 협상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첫 단계는 핵물질 생산의 검증 가능한 동결, 핵탄두와 ICBM의 상한 설정, 시험 중단과 국제사찰 복귀다. 동결에서 감축으로, 감축에서 비핵화로 가는 순서를 다시 설계하자는 것이지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반론은 예상된다. 북한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지적, 주권 침해 논란, 북한이 애초에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회의론이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이 구상의 본질은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국제 규범과 물리적 검증의 틀 안에 가두는 것이다. 폐쇄된 채로 핵을 늘리는 북한과, 감시받으며 시장을 여는 북한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유리한 쪽은 분명하다. 다만 공개 제안에는 중러 반발과 국내 논쟁이라는 비용이 따른다. 정상회담 의제로 못 박기보다 탐색적 협상 카드로 먼저 던져 반응을 보는 편이 위험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한국이 먼저 해야 할 일

제언이 제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한국이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첫째, 대미투자 3500억 달러의 개별 프로젝트를 조속히 확정해 이행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둘째, 호르무즈 기여를 대신할 정보 공유·군수·의료 지원 패키지를 공식 제시해 누적된 불신을 상쇄해야 한다. 셋째, 분산배치 구상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제로 공식화해 초당적 논의의 첫 단추를 꿰어야 한다. 넷째, 국가안보실 산하에 대미 협상 상시 대응 조직을 두어 SNS 발표에 사후 반응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이자 핵심인 선거 무결성을 이번 특검을 통하여 선진국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17일 오전의 게시글은 몇 줄이었다. 이틀 뒤 평양의 답은 평할 가치도 없다였다. 11월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그 자리에서 오갈 내용이 향후 수십 년 동북아 질서를 결정한다. 훈련을 줄이고 만나서 또 훈련 이야기를 하는 회담이라면 하노이의 반복이다. 배치를 바꾸는 회담이라야 역사가 된다.

이미 70여 년 동안 검증이 끝났다. 독재와 공산주의는 실패했고, 일당 일인 독재를 위한 도구였음이 드러났다. 주한미군 분산배치는 그 실패한 체제가 소수권력을 위한 권위주의자들의 선동의 수단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효과 또한 크다.

알렉산더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지 않고 잘랐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도 매듭을 푸는 인내가 아니라 자르는 결단이다. 빙 돌아갈 필요가 없다.

참고자료: 파이낸스투데이(2026.8.17) 트럼프, 이재명 정부에 직격탄 / VOA(2026.8.19) 북한 김여정, 미한훈련 축소에 전혀 흥미 못 느껴 / 아시아투데이(2026.8.20) 김여정, 한미연합연습 축소 평할 가치 없어 / 아시아경제·서울경제(2026.8.20) 김여정, 한미훈련 축소에 서울 조롱 담화 / 월스트리트저널·주간경향(2026.8.19) 트럼프 올가을 김정은과 정상회담 추진 / FAITH4(2026.8.19) 한미연합훈련 11일서 5일로 단축 / 아주경제(2026.7.27) 美은행 끌어들인 日 대미투자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및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규정

필자(박대석)의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관련 기고: 한국경제신문 더라이피스트(2021.8.12) 주한미군 북한에 분산배치가 답이다 / 파이낸스투데이(2024.4.2) 담대한 구상,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 파이낸스투데이(2025.8.3) 투키디데스 함정이 현실로 다가오는 시그널들 / 파이낸스투데이(2026.3.25) 주한미군 북한에 분산배치 하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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