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석 의원 “공정위 ‘기업집단 건전성 지수’, 자의적 기업 줄세우기 우려”
입법조사처 “OECD 주요국서 유사 사례 확인 안 돼…점수·등급 공표 권한도 명시적 규정 없어” 최 의원 “정보공개와 기업 평가 달라…법적 근거·평가기준·시장 파급효과 검토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을 종합 평가하는 ‘기업집단 건전성 지수’ 개발을 검토하는 가운데, 법적 근거와 평가기준의 객관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대구 동구·군위군갑)은 공정위의 관련 연구용역 추진과 관련해 “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점수로 건전성을 평가하면 자의적인 기업 줄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발주한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개발 및 활용 방안’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와 국회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지수 개발의 필요성과 법적 타당성을 질의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 개별적으로 공개되는 정보를 종합해 기업집단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정량지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 보다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지만, 구체적인 평가방식과 활용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연구용역의 정책적 목적에도 주목했다. 제안요청서에는 개별 정보공개만으로는 기업집단 전반의 건전성을 파악하거나 구조와 행태의 개선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으며, 연구범위에는 평가체계와 정책환류 방안도 포함됐다.
최 의원은 “기업집단 관련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것과 정부가 직접 평가기준을 마련해 기업별 건전성을 점수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평가체계뿐 아니라 정책환류 방안까지 연구범위에 포함된 만큼 향후 지수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명확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와 해외 사례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최 의원이 제시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경쟁당국이 일반 대기업이나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내부거래·주식분산도 등을 하나의 점수로 평가해 기업별 순위나 등급을 공표하거나 규제기준으로 활용하는 동등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제41조가 기업집단의 일반현황과 지배구조, 출자 및 내부거래 등에 관한 개별 정보공개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종합 평가해 기업집단별 건전성 점수나 등급·순위를 산정하고 공표하는 권한까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사실정보 공개를 넘어 종합 평가 결과를 공표하려면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기업마다 업종과 사업모델, 성장단계, 지배구조가 형성된 배경이 다른데 이를 몇 가지 지표로 묶어 하나의 건전성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일지 의문”이라며 “해외 유사 사례가 확인되지 않고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면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타당성부터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경영에 미칠 파급효과도 우려했다. 최 의원은 “시장에 공개되는 정량지표는 단순한 참고자료로 끝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발표한 숫자 하나가 기업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여지면 평판과 신용도, 자금조달 비용, 투자 유치, 거래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기준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수가 공표되면 기업들이 실제 경쟁력이나 경영성과보다 정부가 설정한 지표에 맞추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시작한 제도가 또 다른 규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공정위에 연구용역 완료 후 최종보고서와 검토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법적 근거와 OECD 주요국 사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업집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공개와 정부가 직접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법적 근거와 평가기준의 객관성, 국제적 정합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지수 개발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