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을 샀다. 틈틈이 읽다보니 오늘에야 다 읽었다. 망해가는 조선의 영웅 안중근과 욱일승천의 일본 영웅 이토 히로부미가 격돌하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많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저작을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이미 안중근은 친숙한 사람이다. 한참 전 중국 여순감옥을 찾아가 그가 머물던 감방, 사형장을 향해 걸었던 오르막 회랑, 마지막 결박을 했던 구석방 그리고 교수대를 살펴보았다. 교수대 아래에는 시신을 담아 공동묘지에 묻는 나무통이 그대로 있었다.
김훈의 소설은 조미료를 별로 쓰지 않는 음식처럼 담백하다.담백한만큼 울림은 크다. 인간 안중근의 내면의 세계까지 흑백영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시공(時空)을 초월해 나를 안중근 곁으로 끌고 간다. 그의 숨결에 흔들리고 열정에 감염되며 고귀한 이상에 감화된다.
그를 지배한 단어는 독립과 평화였다. 조선을 짓밟아 독립을 훼손하고, 저항하는 백성을 수없이 죽여 평화를 해치는 수괴 이토를 처단하는 것이 그의 필생의 사업이었다. 그는 사죄를 요구하는 빌렘신부에게 말한다. 내가 이토의 목숨을 끊은 것은 죄가 되겠지만, 이토의 잘못을 없앤 것은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그의 동양평화론은 그의 철학적 통찰력이 일마나 원대했는가를 말해 준다. 그는 한중일이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려면, 세나라가 하나의 의회, 하나의 화폐, 하나의 군대로 연합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1910년의 일이다.
유럽은 아시아보다 더 빈번한 전쟁으로 고통받은 대륙이다. 20세기에만 제1,2차세계대전으로 유럽은 초토화되었다. 그 때 비로소 유럽은 평화를 위한 통합을 꿈꾸기 시작했다. EEC,,EC를 거쳐 EU로 통합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서서였다. 그런데 조선의 청년 안중근은 100년전 이미 그런 이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소명이다. 그러므로 안중근은 그저 역사 속에 빛나는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미래로 나가야 할 살아있는 전설이다. 소설책은 놓았지만, 그는 더 강하게 나를 움켜쥐는 것 같다.
후원하기
- 무통장입금: 국민은행 917701-01-120396 (주)메이벅스
- 정기후원 (만원/삼만원/오만원)
- 일시후원 또는 자유금액 후원
- ARS 후원하기 1877-0583
- 후원금은 CNN, 뉴욕타임즈, AP통신보다 공정하고
영향력있는 미디어가 되는데 소중히 쓰겠습니다.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