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30년 집권이냐, 정권 교체냐…28일 튀르키예 대선결선
에르도안 30년 집권이냐, 정권 교체냐…28일 튀르키예 대선결선
  • 전성철 기자
    전성철 기자
  • 승인 2023.05.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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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대선 결선투표가 28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꺾고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 미달하면서 두 후보를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최장 2033년까지 30년 집권의 길을 열게 되며, 현재 경제난을 초래한 자신의 경제 정책과 친러시아 노선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집권할 경우 20년 만의 정권교체로, 제왕적 대통령제 대신 의원내각제를 복원하고 경제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한편 친서방 노선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1차 투표에서 이긴 것은 물론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도 집권당이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의 지지까지 확보하면서 '굳히기'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 에르도안, 민족주의 유권자 지지로 1차 투표 승리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득표율은 각각 49.52%와 44.88%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하고 과반 득표까지 달성할 뻔한 것은 선거 전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선거 직전 지지율 추이를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40% 초중반이었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40% 후반을 유지하고 일부 조사에선 과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리라화 폭락과 초고물가 등 경제난에다, 지난 2월 발생한 대지진으로 악화한 민심이 정권교체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1차 투표 결과는 유권자들의 민족주의와 안보 불안감을 자극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기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등 야권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테러 세력과 결탁했다고 공격했다. 반면 자신은 국제적으로 튀르키예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을 강조한 리더로서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 결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1차 투표에서 야권 우세 지역인 대도시와 함께 쿠르드족 밀집지인 동부 국경 지역에서 승리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머지 내륙 지역을 '싹쓸이'하며 전체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 달간 가정용 가스 무상 공급, 학생 대상 무료 인터넷 데이터 제공 등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며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고전이 예상됐던 지진 피해 지역에서도 대대적인 재건 공약을 내세워 11개 피해 지역 중 8곳에서 승리했다.

◇ 권위주의 강화냐 민주주의 회복이냐…반서방 대 친서방 구도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중임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 경우 내각제 시절의 총리 재임 기간까지 합쳐 에르도안은 무려 30년간 권좌에 머물 수 있게 된다.

지난 20년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입법·사법부는 물론 사회 전 영역에 구축한 확고한 통치 기반을 토대로 한 권위주의 체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교리에 기반한 정책을 꾸준히 강화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 대신 이슬람주의를 전면화할 수도 있다. 초고물가에도 저금리를 고집하는 종교적이고 비상식적 경제정책이 계속되고 튀르키예의 경제난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에서 갈등을 일으켜온 튀르키예는 앞으로도 당분간 서방과 불편한 관계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2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튀르키예 정국과 경제 사회 전반은 대개조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저금리 정책을 철폐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등 상식적인 경제 정책을 펼침으로써 극심한 경제난을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철폐해 의원내각제를 복원하는 등 튀르키예의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야당은 약속했다. 에르도안 집권기 흔들린 세속주의 이념의 재확립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안보 정책에서는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러시아·반서방으로 옮겨온 무게 중심을 다시 친서방 쪽으로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에르도안, 총선승리·3위후보 지지로 '날개'

결선투표 전망으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여세를 이어가게 된 것은 물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연합이 전체 600석 중 323석을 차지한 것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 따른 혼란을 바라지 않는 유권자들이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최근 CNN 투르크와 인터뷰에서 "의회는 압도적으로 우리와 함께한다"며 "정권이 안정되면 나라에 평화와 번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1차 투표에서 5.17%라는 '깜짝' 득표율로 3위를 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의 최근 지지 선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기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안 대표가 얻은 283만 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득표차인 254만 표보다 더 큰 수치다.

오안 대표와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족주의 성향을 공유하는 점 역시 이번 지지 선언이 단순한 선언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최근 들어 난민 송환을 약속하고 쿠르드족과의 평화 협상을 배제하는 등 민족주의 심리에 호소하고 있으나 애초에 쿠르드족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야권으로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정에 따른 서민 생활고,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서 최대한 결집하길 기대해야 할 형편이다.

아울러 여야에 실망한 무당층이나 1차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결선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 심판에 동참하도록 막판까지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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