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택 칼럼] [6] 이제 나는 너희를 개같이 대해주마(1)
[노만택 칼럼] [6] 이제 나는 너희를 개같이 대해주마(1)
  • 노만택
    노만택
  • 승인 2023.02.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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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택루쎄의원 원장 노만택 박사

  “깽!” 

  전기톱이 석고를 가르자 녀석이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쳤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마무리 톱질을 하기 위해 직원에게 녀석을 붙잡게 하고 녀석을 쳐다보았다. 녀석이 나를 쳐다보았다. 녀석의 눈에서 두려움과 슬픔이 묻어났다. 아마도 녀석의 눈빛은  내가 생명에서 보았던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언어였던 것 같다. 마무리로 가위를 이용해 석고를 자르자 녀석의 발목에서 역한 냄새와 함께 고름이 흘러내렸다. 녀석의 피부는 썩어서 거의 힘줄이 드러나 있었다.

  내 건물 옥상에는 일곱 마리 개가 살고 있다. 일곱 마리 개가 살다보니 옥상은 항상 말 그대로 개판이다. 2년 전 나는 힘든 일을 겪었다. 그 사건에 휘말리고 벗어나면서 나는 사람의 배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람을 가능한 멀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강아지를 한 마리 구했다. 어렸을 때 사냥개(이름이 제니)를 키워보아서 그 녀석과 같은 종의 강아지를 구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그 녀석과 비슷한 성품을 지닌 골드리트리버 수컷(이름을 뭉크라고 지었다)을 한 마리 사서 기르게 되었다. 

위 사진은 본 칼럼과 관련 없음.

  이 녀석에게 마음을 빼앗겨 같이 놀아 줄 때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도 바쁜 사람인지라 마냥 이 녀석과 놀아줄 수 없었다. 이 녀석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짝을 맺어주기 위해 같은 종의 암컷(복순이)을 들여놓았다. 그 정도가 좋았다. 그렇지만 개를 키우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좋은 개를 보면 길을 가다가도 한 참 쳐다보게 되고 좋은 개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게 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차츰 개를 사들이게 되었고 마침내 일곱 마리가 되었다. 

  개를 여러 마리 키우면 서열이 정해져 평화가 정착되는데, 내가 키우는 개들은 아직 서열이 확실하지 않은 지 자주 싸우다 다치곤 한다. 싸움의 원인은 토종개인 삽사리(단지) 때문. 덩치나 연륜으로 뭉크가 당연히 대장 행세를 한다. 다른 개들은 대장에게 절대 복종을 하지만 단지는 다르다. 싸움이 벌어지면 대장과 여러 졸병들이 한꺼번에 단지에게 달려들어 단지가 많이 물리지만 단지는 공격을 받더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지 녀석이 대장 행세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공격을 당하면 물러서지 않을 뿐이다. 서열을 인정하지 않고 달려드는 행동은 서양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토종개에만 있는 특색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난 사람을 인정하지 않은 태도와 비슷하다고 할까. 

브리타니 스파니엘 종. 위 사진은 본 칼럼과 관련 없음.

  어느 날 가장 체격이 작은 녀석(브리타니 스패니얼; 마루)이 다리를 절고 있었다. 녀석들끼리 싸우다 물린 모양이다. 마루는 정말로 대장에 충신(혹은 간신?)이다. 대장이나 주인에게는 애교를 떨면서 벌렁 눕지만 내가 단지를 만지기만 해도 질투에 불이 나서 단지에게 귀찮을 정도 짖어대고 뭉크 대장이 단지와 싸울 때 옆에서 같이 달려들어 뒷다리를 물고 들어져 단지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아 뭉크 대장을 돕는다. 아마 마루가 단지에게 단단히 보복을 당한 모양이다. 

  마루를 끌고 내려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중족골이 부러져서 약간 어긋나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마루에게 캐스트 고정을 했다. 스프린트를 하면 물어 뜯을까봐 합성수지 캐스트로 단단히 고정해두었다.  그 뒤 마루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 사람의 경우 3주 정도면 뼈가 아무는데 이 녀석은 거의 4주 정도까지 절룩이며 다녔다. 그 사이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아직 뼈가 붙지 않아서 며칠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이삼일 후, 마루가 밥을 먹지 않고 구석에서 끙끙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불길한 마음이. 급하게 캐스트를 제거하자 이미 상황은 어렵게 변해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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