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친구 서인석이 베네딕토교황역을 맡은 연극 '두 교황'을 관람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민주선거를 꼽으라면 바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아닐까 싶다. 후보를 정해놓지도 않는다. 추기경들이 모여 누군가의 이름을 적어 투표한다.
딱 한사람의 이름으로 표심이 모아질 때까지 투표를 계속한다. 그렇게 교황이 선출되면 성베드로성당의 굴뚝에서 흰연기가 피어오른다. 광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군중들의 함성 속에서 새 교황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교황의 임기는 종신(終身)이다. 그런데 베네딕토교황은 취임 8런만인 2013년 스스로 교황직을 물러난다. 로마교황청 역사상 600여년만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다. 종신집권, 장기집권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부패와 타락을 불러온다.
신성한 카톨릭교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로마교황청의 부패와 타락이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 세상을 어지럽게 했다. 지금 유럽을 전쟁의 수렁으로 밀어넣는 것도 푸틴의 장기독재권력이다. 중국 시진핑이 10년 임기의 관행을 깨고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그 길을 열기 위해 대만해협에 무력충돌의 먹구름을 몰고오지 않았던가. 이제 그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또 어떤 격랑을 일으킬지 불길한 예감을 숨길 수 없다.
하여튼 베네딕토교황은 스스로 종신집권을 거부함으로써 권력이 부패와 타락으로 빠져드는 길을 끊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성 프란치스코교황 역시 건강이 악화되면 자신도 교황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고 있다. 연극 '두 교황'은 바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푸틴, 시진핑 두 사람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두 교황으로부터 권력의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연극이 끝난 후 배우, 감독 등 여럿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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