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를 시작한 기업의 관리인이 과거에 다른 회사와 이 업체가 맺은 계약을 해제·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이후 회생계획이 최종 불발되더라도 계약 해제·해지는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는 2017년 B사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유럽 10개국 독점 총판권을 갖는 대가로 B사에 200억원을 지급하는 총판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A사가 지급기일까지 돈을 내지 않자 B사는 A사 소유 부동산 등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후 A사 주주들의 신청에 따라 2019년 3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A사의 관리인은 B사에 "총판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그러나 A사의 회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회생계획 인가 전 폐지 결정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반복됐다.

A사는 이미 총판 계약이 해제된 것이라며 B사가 이미 받아간 계약금 2억원과 강제집행으로 가져간 공탁금청구권도 넘겨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생절차가 시작된 후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계약 해제·해지권을 행사할 경우 회생계획이 인가됐다가 폐지됐다면 해제·해지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근거다. 1심과 2심은 A사는 회생계획이 인가되기 전 회생절차가 폐지됐기 때문에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관리인이 쌍무계약을 해제·해지한 경우 종국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며 "그 이후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해제·해지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사의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계약 해제 의사 표시를 한 뒤 회생계획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됐더라도 총판 계약은 이미 효력이 상실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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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