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힌 우크라 곡물…"저장고 없어 폐기처분 해야 할 판"
수출길 막힌 우크라 곡물…"저장고 없어 폐기처분 해야 할 판"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22.06.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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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포화를 피해 잘 자란 곡물이 정작 수확기를 맞아 보관 창고가 마땅찮아 자칫 폐기처분될 운명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남부를 중심으로 보리와 밀 등의 수확기가 본격 시작됐으나 저장고(사일로·silo)가 턱없이 부족해 농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수확한 곡식이 제때 해외로 수출되지 못한 채 사일로를 비롯한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바닷길을 봉쇄해 연안 항만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기존에 수확한 곡물을 출하하지 못하고 새로운 곡물은 담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옐레나 골로보로드코(48)는 키로보흐라드 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 저장 시설이 해바라기씨와 밀 등으로 가득 찼다며 "올해 2천t을 새로 수확할 예정인데, 둘 곳이 없어 다른 공간을 빌려야만 했다"고 전했다.

일부 농가는 햇보리를 위해 기존 곡식을 원가에 내다 파는 손해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음 달 절정을 맞을 수확기를 고려할 때 올해 예상 수확량의 24% 수준인 1천만∼1천500만t 규모의 저장 공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곡물이 수개월간 사일로 등 적절한 공간에서 보관되지 않고 방치되면 썩어버리거나 쥐 등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농부들은 이런 상황에 몰리면 결국 남은 곡물이나 종자를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지금쯤 햇곡물을 위해 비워졌어야 할 창고에 작년 곡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폴란드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임시 사일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국제사회가 곡물 수출 우회로 확보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농민에게는 지금 당장의 해답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농민들은 자력 구제에 나섰지만 시원치 않다.

빈 땅에 임시 모듈식 구조물을 세우거나, 250t 분량의 곡물을 담을 수 있는 초대형 폴리우레탄 포대(사일로 백)를 찾기 위해 세계 곳곳에 수소문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일로 백 제조업체들은 우크라이나의 요청이라고 해도 그렇게 빨리 제품을 생산해 납품할 수 없는 처지다.

일부 농부는 빈 건물을 임시 창고로 개조하고 있으며, 그냥 야외에 곡물을 쌓아두고 플라스틱 소재로 덮어두는 농부도 있다.

자신의 농기계를 쓰게 해주는 조건으로 창고에 다소 여유가 있는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상부상조 사례도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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