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15) 서경석 장군의 "전투감각(Feel for Combat)" : 매복전투(하)
[연재칼럼](15) 서경석 장군의 "전투감각(Feel for Combat)" : 매복전투(하)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2.02.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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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적이 달려들면, 교전이냐 이탈이냐 재치 있게 신속히 판단하라

* 파이낸스 투데이는 월남전의 영웅 서경석 장군(예비역 중장)의 승락 하에 저서 '전투 감각(Feel for Combat)'을 연재합니다. '전투감각'은 월남전 파병 당시 소대장, 중대장 시절의 전투 현장 경험을 상세하게 기술한 서경석 장군의 역작으로, 현재까지 초급장교의 전투 교육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명저입니다. 월남전 파병 장병의 고뇌와 어려움, 전투 현장의 숨막혔던 순간을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파병 애국 용사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고 격려하자는 파이낸스 투데이의 취지에 흔쾌히 동의해 주신 서장군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울러, 머나먼 타국에서 뜻하지 않게 유명을 달리하신 애국 장병의 명복을 충심으로 빕니다. 사진 자료를 제공해준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에 감사하며, 참전자회에 독자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매복전투, 지근거리 유도, 적의 첨병을 통과시켜라

적을 살상지대 내로 완전히 유도해서 단시간 내 다량의 사격을 가하여 적을 격멸하는 매복작전은 전투 중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며 신명나는 싸움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대담성과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고 적을 코앞에까지 유인하는 강심장과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매복대형은 주로 적의 접근로를 따라 배치하는 일선형 매복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적은 야간에 통상 첨병을 앞세우고 길을 따라오기 때문이며 많이 적이 이동하더라도 일단 공격을 받게 되면 지금까지 오던 안전한 길로 돌아서서 도망가기 때문에 살상지대를 길게 선정해서 살상지대 안으로 깊숙이 적을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도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본대를 안내해주는 첨병을 운용한다. 첨병이 지나가면 본대가 온다. 본대는 전투대형을 유지하지 않은 채 방심한 상태에서 오물오물 몰려서 온다. 따라서 적의 첨병 한두 명이 오는 것은 그대로 호 앞을 통과시킬 수 있는 담력이 있어야 하고, 본대가 오면 살상지대 안으로 완전히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매복지점에서 호를 파고 크레모아를 설치하는 등 매복준비를 하는 도중에 적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통상 안내를 위한 첨병 한두 명이 먼저 오는데, 이는 경계병이 숨어 있다가 코앞에까지 적을 유인해서 적이 아군의 매복위치를 발견했다고 판단되면 심장이 있는 좌측 가슴을 조준해서 단 한발에 쓰러뜨려야 한다. 한 발 정도의 총소리는 확인도 되지 않거니와 매복조가 있을 것으로도 생각하지 않으니 그대로 매복을 계속해도 좋다. 여러 명의 적이 접근 시에 경계병은 즉시 본대로 합류하여 적의 접근을 경고해주고 전투준비를 해야 한다.

호를 규정대로 잘 파고 들어앉아서 철모를 쓰고 눈만 내놓고 사격을 하면, 한번 강타당한 적이 도망가면서 조준하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쏘는 적탄에는 절대 맞지 않는다. 자신은 호 안에서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으며 적은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준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도망가면서 대충 쏘는 적의 실탄이 자기 근처에 박히거나 머리위로 ‘핑’ 소리를 내고 날아간다고 절대로 겁먹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맹호! [사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제공]

훈련 시 눈부위 만한 크기의 불을 달아 놓고 뛰어가면서 그것에 총을 쏴 바라. 백여 명이 뛰어가면서 쏜다 해도 맞지 않을 것이다. 호 안에 있는 자신은 절대 안전하므로 당황하거나 겁내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정확하게 조준해서 사격해야 한다. 적을 능가하는 대담성과 인내력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크레모아 확인

크레모아는 기지에서 군장검사를 할 때 반드시 점검기를 연결하여 점검기에 불이 들어와 작동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도전선이 끊어져서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든가 도전선의 표피가 벗겨진 것이 있으면 즉시 교환해야 한다. 이는 벼락칠 때 자연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격발기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격발기의 고무부분이 파손되어 격발기 용수철부분에 물기나 오물이 들어가면 용수철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크레모아는 원래 격발기를 누르면 용수철이 눌리면서 내부의 격발장치가 뇌관을 점화시켜 크레모아가 터지도록 되어있다. 정상적인 격발기인 경우 손잡이를 누르면 용수철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게 되어 있지만, 부식되었거나 오물이 끼어있을 경우 그대로 눌러져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모르고 크레모아를 연결해 두면 미세한 충격에도 용수철이 튀면서 전기가 발생, 뇌관을 점화시켜 크레모아가 터져 버린다. 각별히 조심하고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사격통제

누르고 던지고 당기고(크레모아, 수류탄, 소총)의 사격순은 잘못이다

매복 간 모든 사격은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적을 살상지대 안으로 완전히 유인하고 나면 먼저 크레모아를 터뜨려야 한다. 매복전투는 크레모아 사격에 의해서 결판난다. 실제로 땅에 엎드려서 정확히 조준하여 살상지대를 제압하고, 실탄이 상호 교차 되도록 매설해야 한다.

호 안에 여러 개의 격발기가 있더라도 각 격발기에 연결된 크레모아의 매설 위치와 방향 및 살상반경을 정확하게 숙지해야 한다. 이를 숙지하지 못하면 적은 좌측에서 접근하는데 우측 크레모아를 터뜨리는 과오를 범한다든가 적을 코앞까지 유도해 놓고도 못 잡는 경우가 발생한다.

살상지대 내에 적이 많으면 격발기의 안전장치를 풀고 나서 한군데로 모아놓고는 오른쪽 팔뚝으로 한꺼번에 눌러서 여러 발을 동시에 터뜨린다. 각 매복지점의 중앙에 소대장이나 선임하사가 위치해 있다가 크레모아 격발시기를 판단해서 좌우 인접조에 신호를 보내고 동시에 터뜨려야 한다.

적이 한두 명일 경우이거나 소수 인원일 때 크레모아를 전부 터뜨리면 안 된다. 만약 뒤따라오는 적의 대병력이 있는 경우 크게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정확하게 크레모아를 골라서 터뜨려야 한다. 크레모아의 폭발시기에 단 1~2초의 차이가 있어도 나중에 터지는 크레모아는 적을 살상하지 못한다. 적들이 엎드리거나 뛰어 달아나기 때문이다.

크레모아는 팔뚝으로 누르면 동시에 6발 정도는 터뜨릴 수 있다. 10여 명이 3내지 4개조로 근무할 경우 한번에 20발정도가 동시에 터지게 된다. 대단한 화력이다. 사람이 공중으로 2m정도 붕 떴다가 떨어진다. 살상지대 안의 적은 아무리 많아도 다 쓰러진다. 크레모아를 터뜨려 적을 살상하게 되면 반드시 확인사살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한 적이 수류탄을 집어던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크레모아 폭발시간을 일치시키는 요령은 간단하다. 소대장이나 선임하사의 호는 매복지점의 중앙에 위치하고, 호 내에서는 지휘자가 중앙에 위치하고 좌우에 무전병과 전령을 대동하여 함께 근무하면서 인접 근무자에게 크레모아를 터뜨리라는 신호를 보내도록 옆사람의 옆구리를 쿡 치고 나서 격발기를 누르면 인접조의 폭발순간과 시간이 거의 일치한다. 신호를 보내기 위한 신호줄은 통상 가는 나일론 끈을 사용하고 주로 발목에다 매면 적절하다.

맹호 상륙 [사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제공]

좌우 인접조와 의사소통 신호는 세 가지만 하면 된다. 이상유무와 졸지 않고 근무 잘 하라는 신호는 한번을 당기고, 적이 접근한다는 신호는 짧게 두 번씩 세 번 정도 계속 당기고, 적을 살상지대 내로 유인한 다음 크레모아 사격명령을 내릴 때는 한번만 짧게 ‘탁’ 당겨주면 격발기를 누르도록 사전에 신호규정이 숙지되어야 한다. 적의 후속제대가 매복지점을 덮친다거나, 박격포 사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한 화집점을 참고로 하여 곡사화기 사격을 유도할 줄 알아야 한다.

크레모아가 터지면 적들은 전력을 다해 달아난다. 적이 달아난 후 수류탄을 던져봤자 수류탄이 땅이 떨어져 바로 터지지 않는다. 수류탄을 집어서 안전핀을 뽑고 던져서 터지는 시간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0초 내지 15초는 걸린다. 이 시간에 육상선수 같으면 100m는 뛰어간다. 크레모아 폭발 때 쓰러지지 않은 적이 뛰기 시작하면 수류탄이 터질 때까지 수류탄 살상반경을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매복전투 시 크레모아, 수류탄, M16 소총 순으로 사격을 해야 한다는 교범상의 교리는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감안할 때 소총사격과 수류탄 투척을 반씩 나누어서 하는 것이 좋다. 수류탄투척은 적이 사격으로 제압할 수 없는 푹 패인 골이나 절벽 밑으로 뛰어내렸을 때 사용함이 좋다.

소총사격은 최초 다량사격이 효과적이다. 소총이 위로 튀어 상탄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총덮개를 위에서 누르고 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완전히 거총을 하고 쏘면 총구 섬광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깨홈에 개머리판을 고정시키고 조준구로 조준하지 말고 고개를 들고 야간지향사격 자세를 취해서 사격해야 한다. 탄약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살상지대 내의 적을 제압했다고 판단되면 즉시 사격을 중지시켜야 한다.

매복전투는 대부분 크레모아 사격으로 적을 제압하고 그것으로 작전은 판가름 난다. 죽을 녀석은 죽고 살 녀석은 산다. 소총사격이란 크레모아에도 맞지 않은 적이라든지 도망가는 적을 사살하는 데에, 그리고 매복전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완전제압을 위한 사격이다. 따라서 최초 제압사격은 다량의 연발사격을 하게 되는데 보통 한 탄창, 많아야 두 탄창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상으로 10초 내지 15초면 매복전투는 끝난다. 그 이후에는 확인사살을 제외하고는 총을 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15초 정도 지나면 총에 맞지 않은 적은 이미 매복지역을 이탈했기 때문에 사격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적이 보이지 않는데 겁이 난다거나 의심스럽다 하여 소총을 마구 난사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맹호12호 2포대 작전장
맹호12호 2포대 작전장 [사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제공]

전장조명

중복된 조명을 하지 마라. 교전중 조명이 끊어지면 혼란이 온다

크레모아 사격이 끝나면 소대장은 즉시 수타식조명탄을 띄우고 무전기를 개방하여 간단한 상황보고와 동시에 곡사화기 조명을 요청하여야 한다. 전장조명은 크레모아 사격과 동시에 수타식조명탄을 쏴 올리거나 조명지뢰를 호 안에 가지고 있다가 적이 출현한 지역으로 집어던져 터뜨려야 한다.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 조명이 끊어지면 혼란이 온다. 수타식조명이나 곡사화기 조명이나 밝기는 마찬가지이며 한 발이 공중에 떠 있든, 여러 발이 동시에 떠 있든 밝기는 똑같다. 따라서 수타식조명은 철저히 통제하고 조절해야 한다.

조명지뢰는 매복조가 선정한 살상지대 내 또는 살상지대의 적 접근로상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 살상지대 밖이나 전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측후방에서 접근하는 적을 조기에 경고하기 위해서만 조명지뢰를 설치해야 한다. 측후방에는 조명지뢰가 폭발 시 사격할 수 있도록 소수의 크레모아도 병행해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상급부대의 일부로 큰 작전에 참가하여 적을 포위했을 경우, 포위부대는 적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접근로 상에 크레모아의 살상반경을 고려하여 조명지뢰를 설치해야 한다. 조명지뢰와 크레모아의 매설위치를 확실하게 기억한 다음 조명지뢰가 터지면 크레모아를 선별하여 사격함으로써 해당지역의 적을 정확하게 섬멸해야 한다.

조명은 많은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계곡 또는 물이 흐르는 곳에 조명지뢰를 설치하였다가 밤에 폭풍우가 쏟아져 물이 불어나면 조명지뢰가 폭발하기도 한다. 조명지뢰를 부착한 지주가 물에 떠내려가면 여러 곳에 그림자가 생기면서 마치 사람이 움직이는 것같이 보이기 때문에 오인사격을 남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조명지뢰는 많은 연기(smoke)가 발생하여 연기의 흐름이 조명에 비칠 때 사람이 움직이는 것같이 보일 수 있다. 항공 조명이나 곡사화기 조명 역시 공중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따라 흐르다 보니 나무나 바위들의 그림자가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공중에 어려 발의 조명탄이 떠 있을 때 더 더욱 혼돈과 착각을 유발하기 쉽다.

화력지원

소대규모 이상의 병력이 장거리 장기매복을 나갈 경우, 특히 포병화기 사거리 밖으로 매복작전을 나갈 때는 60mm 박격포와 탄약을 휴대하고 나가야 한다. 박격포반의 위치는 매복지점을 감제관측할 수 있는 주변의 고지에 위치시켜 적의 접근을 조기에 경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적과 접적 시는 위에서 내려다보고 직접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야간사격을 위해 주간에 각종 제원을 산출해 놓고 우군지역에 사격이 되지 않도록 포상에 사격금지선을 알리는 나뭇가지 등을 박아 놓아야 한다. 지원화력 문제도 잘 판단해 보아야 한다. 포병화력의 경우, 매복지점에서 500~600m이상 이격된 표적에 대해서는 사격이 용이하게 되나 그 이내의 표적에 대해서는 아군포에 희생당할 우려가 있어 화력지원이 어렵다.

맹호 격전지 답다촌 [사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제공]

야간 매복의 경우, 완전한 개활지가 아닌 이상 500m정도 밖에서 움직이는 사항은 절대로 관측되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또한 적들이 매복진지에 덤벼들 때는 이미 야음을 이용하여 최소한 50m내지 100m 앞까지 접근한 후이며, 매복진지가 사격으로 노출된 것을 보고 일제히 달려들기 때문에 포병화력의 직접지원은 매우 어렵다. 다만 진내사격 개념으로 지원을 받을 때만 가능한데, 이때는 포탄의 신관을 공중폭발이 가능한 신관으로 선택하여 사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리 파놓은 호를 옆으로 파고 들어가 유개화될 수 있도록 신속히 조치하여 아군포에 의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따라서 매복조가 공격한 적의 이동제대 후미에 상당한 병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500~600m정도 이격된 접근로상이나 의심나는 곳에 포병화력을 유도해서 미리 사격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보병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81mm나 60mm 박격포는 위급 시 100m 근처의 지근거리까지 포탄유도가 가능하다. 60mm 박격포로 700m의 사거리 정도를 사격할 경우, 최초포탄이 포구를 나가 목적지에 떨어져서 폭발할 때까지 20여발의 포탄이 날아가면서 공중에 떠 있게 사격할 수 있다. 수십 명이 수류탄을 던진 것처럼 포탄이 계속 작렬한다. 적의 행동이 정확히 포착되기만 하면 소위 탄막사격으로 적을 격멸할 수 있다. 81mm 박격포는 60mm 박격포만큼 사격속도가 빠르지 못하지만 근접전투시 아주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박격포 지원이 용이하고 충분히 숙달되어 있을 때는 적이 덤벼들더라도 충분히 격멸시킬 수 있으니 한번 싸워 볼만하다. 이런 식의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평소 사수요원들이 야간에 박격포의 수평(水平)과 고저(高低)를 유지하는 수포눈금 조작에 숙달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유념해야 할 사항은 박격포로 단시간에 다량의 사격을 할 때, 포열이 과열되어 포탄에 달려 있는 장약이 공이가 뇌관을 때리기 전에 불붙는 일이 없도록 확인하면서 사격해야 한다.

만약 적이 달려들면? 

매복 시 적의 첨병을 통과시키고 나면 후속해서 오는 본대의 후속장경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이동제대의 선두무리를 타격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런 경우 후속해 오던 적 이동병력의 본대가 매복병력을 유린하기 위하여 전투력을 집중해서 달려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선두가 강타당하면 대부분 우회하거나 도망을 가지 조직적으로 덤벼드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공격할 때는 제파식으로 병력을 투입시킨다. 예를 들면 제1제파에는 2~3명으로 접근시켜 아군의 사격을 유도하여 위치확인과 탄약을 소모시키고, 제2 또는 제3 제파에는 본대가 전투력을 집중하여 달려드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소수의 척후병이 수류탄 투척거리 밖에서 돌을 던지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서 사격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겁을 낸다거나 보이지 않는 적을 함부로 사격해서는 안 된다. 적에게 말려들거나 위치를 노출시키고 탄약만 소모한다. 선두가 강타당하면 후속제대는 즉시 달려들지 못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준비한 후 공격하게 되며, 앞에서 쓰러진 그들 전우의 시체를 유기한 채로 즉시 도주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두제대 타격 후 후속제대의 낌새가 보이면 즉시 주변과 의심나는 곳에 포병 및 곡사화기를 유도하여 사격해야 하고 폭발한 크레모아 자리에는 예비 크레모아를 설치하여 차후 작전에 대비해야 한다. 멀리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할 때는 호에서 몇 미터 앞에라도 설치해야 한다.

맹호사단 기갑연대 제6중대 전술 기지 [사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제공]

적과 싸울 것이냐, 이탈할 것이냐 재치 있게 판단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탄약과 호 준비 및 지원화력의 유무에 따라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서 지원해 줄 박격포도 없는데, 증원될 병력은 멀리 위치해 있고, 실탄이 소모된 상태에 있다면 즉시 이탈해 버리는 것이 좋다. 무모한 전투는 다음 작전을 위해 피해야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다 죽는다. 영리하게 판단하여 대비하고 조치해야 한다.

적이 전열을 정비하여 매복지점으로 달려드는 경우, 크레모아와 수류탄 투척거리 까지 적을 바싹 유인하여 단시간에 다량의 화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적이 잠시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그 지역을 이탈해야 한다. 이탈 시는 푹 패인 하천이나 골짜기 또는 작은 능선을 넘어버림으로써 적의 직사화기를 피할 수 있다. 이탈 후 접적을 단절하고 완전히 이탈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군 화력을 유도할 수 있을 때는 주변의 고지로 자리를 옮겨서 곡사화기 사격을 유도해야 한다. 탄약이 충분하고 지원화력의 능력이 있을 때에는 이탈하지 말고 싸워야 한다.

포로 획득

매복목적이 포로를 획득하기 위한 경우에는 주변의 높은 지역에 관측소를 운용해야 한다. 주간에는 적의 접근을 조기 경고하면서 권총을 찬 사람을 식별하여 매복조에 통보해 주어야 한다. 또한 매복조는 크레모아를 먼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에는 처음부터 크레모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이 접근 시에는 소총으로 엉덩이 아래 부분을 쏘아서 쓰러뜨려야 한다. 반드시 권총을 찬 사람을 골라서 사격해야만 장교를 잡을 수 있다. 야간에는 소총에 야간조준경을 달고, 영점을 잡아서 저격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매복환상과 착각, 환상과 공포증, 죽음과 부상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음은 한밤중에 발생하는 환상과 공포에 대한 처리 문제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 산새가 슬피 울어대고 음산한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휘익 불어오면, 적진 깊숙히 들어와 있는 매복조 대원에게 예외 없이 찾아오는 것이 무서움과 공포다.

전쟁터에서 죽음과 부상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공격 때나 주간 행동 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방어 시 진지에서 적을 기다릴 때, 특히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매복작전 시 무서움은 누구나 느끼기 마련이다. 단지 공포와 무서움의 정도가 적어서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환상과 착각이 나타나는 원인은 죽음과 부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다.

전투에서 적을 많이 사살하고 나서 피비린내 나는 비참한 현장을 본 신병이 근무를 설 때 적의 주검이나 전우의 주검이 환상이 되어 나타난다. 드라큘라같은 귀신이 피를 흘리며 너울너울 날아오고, 짝사랑하던 아가씨가 흰 치마를 입은 해골귀신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이때 옆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거나 산짐승이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난다거나, 음산하고 으스스한 바람이 ‘휘익, 휙-’ 지나가면 근무서는 병사는 머리가 반쯤 돌아버린다. 그러한 상태가 지나치고 정도가 넘으면 소위 심리적 공황(恐惶)의 단계까지 도달한다.

이때는 자기머리를 흔들어도 보고, 때려도 보고, 얼굴과 허벅지를 꼬집어보아야 한다. 그래도 정신이 맑아지지 않을 때는 이미 전쟁공포증을 느끼는 상태로서 인접 전우의 가면한 모습이 죽은 시체로 보이고, 잘려 나간 나무등걸이 총을 들고 걸어오는 적으로 보이며, 음산한 바람소리는 귀신일 부르는 소리로 들리고, 동물의 발자국 소리는 적이 접근하는 소리나 귀신이 다가오는 소리로 들린다. 마침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고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다가 환상과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쟁공포증세인 것이다.

맹호의 격전지 [사진: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제공]

어떤 병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총을 난사하거나 크레모아를 터뜨리며 수류탄을 던지기도 한다. 고함을 지르고 식은땀을 흘린다. 심지어 먹은 것을 토하고 헛소리를 지르며 안절부절 못한다. 또한 어떤 병사는 총을 난사하면서 허깨비와 환상 속의 적과 귀신을 쏘기 위해 밖으로 뛰어나간다. 겁에 질리다 못해 자기 발등을 쏴버리는 자해 행위를 하는 병사도 생긴다.

예방과 조치

동일한 상황과 환경에서 연습시켜라, 적응된 공포는 극복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인정사정 봐주지 마라

이러한 증세는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르다. 완벽한 방지는 어렵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매복 시 혼자 근무 설 때 쉽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3명이 한 호에 들어가서 2명은 근무서고 1명은 가면을 취하게 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 3명 일개조가 되도록 편성이 곤란한 경우, 최소한 2명이 한 호에 같이 들어가 근무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도록 해야 한다. 피곤하거나 공복이 심할 때, 자기 지휘관이나 부대에 대한 신뢰감이 없고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을 때, 이때는 더욱 위험하다. 매복 출발 전 충분한 교육과 사전 예행연습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반드시 인접매복조와 신호줄을 설치하여 그 줄을 발목에 묶고 수시로 이상유무를 확인하면서 신호줄을 잡아당겨 줌으로써 믿음직한 전우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매복을 인솔한 매복대장이나 장교 및 하사관들은 평소에 병사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위험과 고난을 함께 해야 하며 의연하고 의젓한 언행과 태도로 무엇인가 멋있고 믿을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공포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방법이 없다. 거칠게 다루고 무기로 위협하고, 그것도 안 되면 정신이 번쩍 들게 발밑에 총을 쏘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소대장, 중대장 시절 나의 부하 중에 이와 비슷한 공포증을 드러낸 일이 몇 번 있었고, 겁에 질려서 자기 발등을 쏘아버린 자해사건도 한 번 있었다.

그 외에도 나무 등걸을 보고 총을 들고 자기 앞으로 걸어오는 적으로 착각하여 사격을 한다거나 들짐승 즉 들고양이, 족제비, 산돼지, 들쥐 등 야행성 동물들이 주변에서 먹이를 찾아 부스럭거릴 때, 음산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나뭇가지가 부딪치며 소리를 낼 때, 자연적으로 돌이 굴러 떨어지거나 흙이 무너질 때, 개울가에서 매복 시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물고기가 물 위로 뛸 때, 과일나무 밑에서 근무 시 열매가 땅으로 툭툭 떨어지며 부스럭 소리를 낼 때, 그리고 나무가 썩어 인을 발산하여 허연 것이 주변에서 보일 때 등은 착각과 환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경험이 없거나 전장감각이 체질화되지 못한 사람은 누구나 긴장과 두려움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고 허깨비를 보면서 헤매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러나 사격을 한 병사들도 긴장과 두려움으로 자기 자신이 환상과 착각을 일으켜 사격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크게 걱정할 문제는 못되나 실제 매복을 나오기 전에 안전한 곳에서 야간에 실제 매복과 똑같은 상황을 조성하여 경험을 시키고, 매복지점에다 사람을 통과시켜 적과 자연적 현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면 곧 치료가 된다.

크게 조심할 일이다. 야간에 공포증이 심해지면 나무 등걸이 마치 총을 든 적으로 보이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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