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는 "내가 당신을 계속 걱정해도 될까요? "의 저자 김영돈
[FN인터뷰]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는 "내가 당신을 계속 걱정해도 될까요? "의 저자 김영돈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21.11.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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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내가 당신을 계속 걱정해도 될까요?'의 저자 김영돈.

[신성대 기자]세상에 걱정 없는 삶은 없다 하지만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디고 이겨내느냐는 우리가 늘 안고 사는 문제로 남는다. 그런 문제를 동기면담의 정신과 기술로 변화의 메신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돈 박사가 상담, 면담, 코칭현장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해답 책을 들고 나왔다. 무엇보다 변화를 돕는 의사소통 활동경험을 전파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내어놓은 마음 지침서이다. 그는 ‘마음이 물결칠 때마다 팽이의 온도는 1도씩 올라간다.’ ‘결핍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며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은 ‘건강 상태에 따라’ 영리하고 교활하며 활기차고 잔인하지만, 한없이 따듯하기도 했다."고 말하는 김박사를 만나본다.

Q 자신의 소개 한다면?

상담학 박사와 국제동기면담 훈련가로 동기 면담의 정신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저술 활동으로 변화의 메신저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기면담으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노숙인 거주 시설 안나의 집에서 “변화를 돕는 의사소통카드” 프로그램을 진행 하며 노숙인의 변화를 돕고 있다. ‘지금 선택하는 것이 미래다’ 나의 하루는 도약, 선회, 몰입과 집중 그리고 ‘액션’ 후 노곤하게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하루를 선회하다가 몰입과 집중을 해야 할 때 “팽이의 온도계”가 움직인다. 일하거나 여행, 운동할 때, 계절이 바뀔 때 위대한 마음을 만났을 때 아픈 마음을 만났을 때 “팽이의 온도”가 올라간다. 변화 유발자로서 “변화는 당신의 것이지만 그 의미는 내 것”이란 모토로 구치소 재활센터, 연수원, 학교 등에서 활발한 강의와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흐름의 통로로 산책하듯(逍遙) 살아가며 자유를 꿈꾼다. 현재 “팽이의 온도”로 지칭되는 세상 읽기를 통해 소설과 시로 진입하고 있다.

Q 이 책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내가 해보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써먹고 싶었다. 우선 공감에서 내가 도달한 지점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진심을 담은 걱정 질문이 어떻게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 일반 독자들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둘째, 노숙인들의 “변화를 돕는 의사소통 활동 경험”을 많은 상담, 면담, 코칭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었다. 셋째, 다양한 장면(중독분야, 노숙인 시설, 학교장면, 의료장면)에서 효과가 입증된 의사소통 스타일인 동기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소통하지 못하여 동맥경화가 걸린 관계 속에서 상생하는 중요한 정신 중의 하나이므로 여러 사람과 장소에 전파하고 싶었다. 넷째, 사회복지사로 아픈 이웃(노숙, 장애, 중독 등)의 변화를 돕는 일을 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었다. 그 젊은이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세상을 떠났다. 괜찮은 아들, 번듯한 형, 따듯한 남편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는 친구였지만 사람들의 무자비한 욕망과 언어폭력, 탐욕을 견디지 못하고 2019년 세상을 떠났다. 한 번쯤 책을 내서 좋은 사람들과 ‘저자와의 수다’ 시간을 가질 거라고 약속했던 젊은이였다. 그 젊은이가 보내온 편지를 살려두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세상에 남겨주고 싶었다. 그가 보내온 편지를 세상에 내보여 외로웠던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Q 특별히 마음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2006년경 상담을 접하게 되었다. 2015년 동기 면담 훈련가가 되기까지 많은 내담자를 만나면서 어느 한두 가지 상담이론이나 학습, 코칭, 면담으로 내담자의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변화의 끄트머리에 ‘마음’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은 ‘건강 상태에 따라’ 영리하고 교활하며 활기차고 잔인하지만, 한없이 따듯하기도 하였다. 마음이 틀어지면 자신을 사정없이 공격하기도 하고 죽음도 불사하며 희대의 영웅이 되거나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똬리를 틀고 있는 마음’이 봄볕을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오면 눈부신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대의 동기’에게 질문을 해주는 동기 면담 덕분이었다. 그 마음을 바로보기 위에 기도를 시작했다. 나에게 기도는 글쓰기였다. 기도의 방법으로 ‘팽이의 온도’라는 그릇을 만들어 ‘말주변이 없어도 대화 잘하는 법’, ‘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일지’ 등을 책으로 묶었다. 2021년 마침내 마음은 누군가를 걱정해 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내 마음이 건강하면 누군가의 마음을 걱정할 수 있고 걱정하는 마음은 “변화”를 도울 수 있다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결국 무의식적 습관의 노예를 의식적 습관의 주인으로 바꾸는데 “마음의 치유”가 중요한 요인임을 발견했다.

Q 팽이온도에 대해 설명해달라

팽이의 온도는 나만의 세상 읽기다. 유년 시절 논에서 애들이랑 팽이치기하다 속상한 적이 있다. 팽이에 쇠 구슬 박힌 애한테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내 초라한 팽이 때문에 개망신당했다. 그날 실망해서 아버지를 붙들고 울었다. 아버지는 군대 후유증으로 실명한 상태였다. 시조로 시름을 달래시던 아버지가 편백나무를 깎아 팽이를 만들어주셨다. 팽이 배꼽에 못대가리를 갈아 박아 쇠 구슬보다 더 튼튼한 팽이를 만들어주셨다. 그 팽이로 논바닥에서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팽이는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살면서 아버지의 삶을 생각했다. 시조를 부를 때 가장 신이 났던 아버지, 가난한 농부로 살았던 아버지. 절대 풍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말라시던 아버지. 밥과 예술의 경계, 채찍과 팽이! 채찍을 맞아야 돌아가는 팽이! 암흑이 된 세상을 시조로 견디며 살다 가신 아버지를 나는 팽이를 통해서 다시 만났다. 채찍을 동력으로, 바람으로, 날개로, 의식의 한가운데 세우고 “팽이의 온도”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마음이 물결칠 때마다 팽이의 온도는 1도씩 올라간다. 팽이의 온도는 몇 도까지 오를지 알 수 없다. 아마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세상의 산책을 마치면 팽이 자신이 또 누군가의 팽이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혼자 돌아갈 수 있고 혼자 날아오를 수도 있는 자유가 있다면 그런 게 다 무슨 상관 이겠냐마는. 지상을 산책하는 동안 팽이는 계속 선회할 것이다. 지금 팽이의 온도는 지금 160도에 도달했다. 팽이의 온도는 누군가를 걱정할 만큼 올랐다. “내가 당신을 계속 걱정해도 될까요?”는 “팽이의 온도 160도”에 도달한 지점에서 출간되었다. 지금 팽이의 온도는 160도다.

내가 당신을 계속걱정해도 될까요? ㅣ 김영돈 지음 ㅣ도서출판 타래

Q 걱정을 통해 마음의 결핍을 이겨낸 기억나는 사례가 있다면?

결핍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결핍에 매몰되지 않고 버젓이 살아간다면 ‘잘살고 있다는 증거’다. 노숙인은 결핍이 가슴 한가운데 얹혀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분들이다. 어지간한 공감으로는 어떤 위로도 되지 않을 만큼 상처가 크다. 그 결핍의 상처는 숯불을 다루듯 다루어 자신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시설 거주 노숙인 시설 “안나의 집”에 계신 노숙인 분들을 만나면서 “결핍을 극복했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다음 활동 모임 때 다시 만나요’ 약속하고 나서 다음 회기에 만나면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는 것’ 정도가 마음에 다가설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한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고 6개월, 1년을 꾸준히 만나다 보면 ‘아픈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활동 안에서 걱정 질문을 하고 아픔을 이해하고, 애씀을 인정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그의 한걸음 뒤에서 돕고, 그의 지향점을 부추기다가 “한 번쯤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당신을 포함해서”하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걱정이 일관성이 있게 지속해서 진행하다 보면 활동에 참석했던 분들은 말없이 시설을 떠나거나 “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하고 말하고 시설을 떠난다. 나는 떠난 분들이 세상 속에서 살아갈 때 건투를 빌어준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마음’들이 없는 게 현실이다. 노숙인들이 몸이 건강하고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실제 학교 당직 근무자로 채용을 안내 해본 적이 있다. 그는 ‘1개월을 버틸 만큼’만 치유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는 책에 사례로 실어두었다. 마음의 결핍은 뜀틀처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견뎌낼 뿐이다.

Q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걱정의 대상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의식의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비극은 일찍 죽는 것이 아니라 75세까지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비극이다.”는 마틴 루서 킹의 말이다. 마음이 아픈데 누구도 마음에 물어주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세상에 한 명 정도는 있다고 믿어도 좋다. ‘당신 어때요? 어떻게 여기까지 견뎌 내신 거예요? 내가 당신을 계속 걱정해도 될까요?’ 이는 책 뒤에 숨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자에게 직접 들을 수도 있다. 당신이 조금만 연습한다면 저자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나머지는 꼭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Q 아픔을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면?

우선 책 속에 들어있다, 카톡 블로그로 독서를 대신하는 독자들은 독자로 보기 어렵다. 하하하.. '타인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이 전제 조건이다. 책(3장 2절)에 기술했다. 상대방의 가치와 동기를 겉으로든 속으로든 판단하지 않고 그의 온전한 동기에 귀 기울여야 가능하다. 아픔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방침과 선택의 수용’이고 개인이 경험하는 어려운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많이 아프셨네요” “세상에! 숨이 멈춰버리길 바라셨네요” “정말 힘드셨겠네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으셨네요”“술만 한 친구가 없으셨군요”등이 있다.

Q 자신에게 걱정할 힘이란 어떤 것인가?

마음의 골절상을 극복하고 마음 근육이 단단한 것이 힘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습한 결과물을 증거로 갖고 있다. 마음도 근거가 필요하니까. ‘상담학 박사, 국제동기 면담 훈련가, 3권의 저서’가 모두 걱정할 힘을 연단 하는 연장이다. 임상은 노숙인 거주 시설 ‘안나의 집’에서 상처받은 마음들을 만나고 있다. 아마도 이 일은 내 일생 계속될 것이다. (“계속 걱정한다고 했으니까요”. 하하) 이는 용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점이다. 누군가를 걱정하는데 걱정할 대상자가 오히려 질문해 올 때가 있다. ‘당신은 이 시간에 왜 여기 있는가? 혹시 당신도 많이 아픈 건가? 당신이 걱정되는데. 삶이 팍팍한가 우리 같은 사람을 만나 동정심을 얻어 이름을 알리고 싶은가? 혹시 유명해지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눈빛들’ 이런 눈빛과 언어들을 일거에 날려버릴 ‘뻔뻔한 자신감’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한 두 가지 환경의 변화 때문에 삶이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다. 시간을 할애하고 좀 더 일찍 일어나 연습을 하면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걱정할 힘이란, 나 자신의 마음이 다음의 9가지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후회, 연민, 궁상, 막연한 희망, 미안해하기, 무례, 눈물, 집착, 서운함’ 이들은 모두 자유를 가로막는 마음의 훼방꾼들이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여 '걱정 근육'을 키워나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내가 지금 선택하는 것'이다. 겸손과 자신감을 양 날개로 날며 세상을 선회할 생각이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산책하듯 살아갈 것이다. 우선 '내가 당신을 계속 걱정해도 될까요?' 의 핵심 수맥이 많은 독자의 마음에 닿도록 하고 싶다. 동기 면담의 정신이 독자들 가슴에 닿아 각자의 걱정을 위로받고 나아가서 '진짜 자기'를 만나 행복해지시길 바란다. 행복해졌다면 '누군가를 걱정하는 힘'을 아픈 누군가를 위해 써주시길 기대한다. 내 인생의 파이 중 80%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파이다. 하지만 내가 택할 수 없는 20%의 고뇌의 파이는 내 계획이나 선택과 무관한 고뇌의 파이다. 두려운 일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예정된 것처럼 빗나가는 예측불허의 인생이기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 고뇌의 20%는 '팽이의 온도'로 방향 추를 잡을 것이다. 카뮈를 패러디하면 이렇다. “나는 선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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