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 유미리 장편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소외된 이웃 목소리 거침없이 대변”
[신간 서적] 유미리 장편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소외된 이웃 목소리 거침없이 대변”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21.10.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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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ㅣ 유미리 지음 ㅣ 강방화 옮긴이 ㅣ 소미미디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ㅣ 유미리 지음 ㅣ 강방화 옮긴이 ㅣ 소미미디어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신성대 기자] 2020도쿄 올림픽 준비 기간인 2014년 한 노숙자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일본 사회의 부끄러운 면을 정면으로 고발한 소설이 재일한국인 2세이자 소설가, 극작가로 활동하며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 유미리 작가의 장편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이 한국어로 출간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글은 살아있고 시적이고 날카롭다. 가슴에 담고 옹알거리는 답답함을 특유의 그 솜씨로 풀어내어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책 속에 동화시킨다. 그러면서 작가는 “나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쪽이라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온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작품을 통해 모두에게 개방된 우에노공원이지만 언제고 타인의 필요에 따라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노숙자. 동일본 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모든 곳에서 거절당하는 후쿠시마현 이재민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재일한국인. 유미리는 일본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의 기저에 자신들은 결코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란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란 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래서 더 ‘부흥 올림픽’의 이름을 내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비웃듯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작가의 ‘차가운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작품은 우에노공원의 늙은 노숙자인 ‘가즈’를 주인공으로 1964년의 도쿄 올림픽과 2020년의 두 번째 도쿄 올림픽을 잇는다. 태어날 때부터 짊어져야 했던 가난, 첫 번째 도쿄 올림픽 공사 현장에서 돈을 벌어 가정을 꾸린 그는 다른 사람처럼 열심히 그리고 평범하게 살았다. 하지만 그에게 삶은 비극의 연속이다. 타지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아들에 이어 부인 역시 급사하는데, 이후 홀로 남은 자신을 걱정하는 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그는 도쿄로 올라가 노숙자가 되는 길을 택한다. 빛과 소리가 가득한 도쿄의 한구석에서 고독하고 쓸쓸하게 저물어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눈에 보이지만 기억에 남지 않고, 눈에서 사라지면 쉽게 잊히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이다.

무엇보다 소설의 생생한 리얼리티와 내밀함을 통해 늙은 노숙자 ‘가즈’의 삶과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후 일본의 근대사를 그려내고 있다. 유미리 작가는 실제 우에노 공원 노숙자,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인 후쿠시마현 이재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직접 취재하며 집필 작업에만 12년을 몰두했다. 이번 한국어 개정판의 번역에는 재일한국인 3세 번역가인 강방화가 참여했다.

또한 일본에서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이 처음 발표되었던 2014년은 2020도쿄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시기였다. 발전과 성장을 향한 기대와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일본 사회의 이면을 정면으로 고발하여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2020년, 영문판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다시금 작품성과 함께 큰 주목을 받는다. 현재는 일본에서만 43만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우며 역주행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강한 현실감을 반영한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을 내놓은 유미리 작가는 “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며 출간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의 인생과 죽음을 길 위에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존재를 죽음과 망각으로부터 건져 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무게를 양팔에 느끼면서 이야기를 써 나갈 생각이다.”라는 작가의 소망도 밝혔다,

지은이 유미리 柳美里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1968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뮤지컬 극단 도쿄키드브러더즈에 입단해 배우로 활동했고, 1987년 연극유니트 ‘청춘오월당’을 결성한다. 1993년 《물고기의 축제》로 기시다구니오희곡상 최연소 수상, 이듬해 첫 소설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문예지 《신초》에 발표했으며, 1996년 《풀하우스》로 이즈미교카상,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다. 1997년 〈가족시네마>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는데, 자신을 우익 단체 소속으로 밝힌 남성의 협박 전화로 인해 사인회 행사가 취소되는 사건을 겪는다.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사회 비판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 작가는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2014)을 통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다. 사회가 애써 외면한 불우한 이웃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건’을 표방한 2020년 도쿄 올림픽 준비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만 것이다. 일본 국내의 불편한 시선과는 반대로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제71회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번역: 모건 가일스) 이는 일본 작가로서는 두 번째, 한국 동포 작가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유미리 작가는 2015년부터 원전 사고로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불과 16km 떨어진 곳에 이주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옮긴이 강방화는 1977년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재일 교포 3세로 태어났다. 지금은 일한 · 한일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번역 강의도 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봄이 오면 가께》, 《종이 로봇 카미》,《똑똑하게 사는 법》, 《까만 크레파스와 하얀 꼬마 크레파스》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일본어 번역 스킬》(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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