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과 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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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venska l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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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3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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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금 스웨덴에 살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8살 아들을 데리고 치과에 갔는데요. 한국도 그렇지만, 어린이에게는 의무 진료가 있어서 치과에 반드시 데려가서 치아 상태의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먼저 치과전문의가 보기 전에 간호사가 상태를 보더군요. 아이 녀석의 이 상태가 나쁘지 않아 치과 전문의가 볼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플라그가 약간 보이니 좀 더 신경을 써서 이를 닦으라고만 했습니다. 불소치약을 사용하고 있냐고 물으면서, 이제부터는 불소치약을 사용할 나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양치질하는 법을 설명해 주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치약을 사용해서 이를 닦되, 치약을 뱉고 물로 헹구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절대로". 대답은 그냥 알겠다고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양치질을 하면서 물로 헹구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양치질을 하고 치약 거품을 물로 헹구지 말고 그냥 뱉으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한국에서는 양치질 후에 물로 입안을 10번 정도 깨끗이 헹구라고 주의를 주고 있는데요.

저희 집 욕실 선반에 있는 치약들. 제품 홍보 목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헹굼 없는 양치질을 유럽, 미국 쪽에서는 권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구강건강재단(Oral Health Foundation)이 운영하는 www.dentalhealth.org에도 뱉기만 하고 헹구지 말 것(Spit don't rinse)을 강조하고 있네요. 그래야 치약의 불소가 입안에 남아서 효과적으로 충치 억제를 한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치질을 마친 후에는 계면활성제를 포함한 화학약품 덩어리인 치약을 잘 헹궈내라는 측이 주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로 치약을 헹궈내는 방법으로도 평생 좋은 치아를 간직하셨던 부모님을 봤던 기억때문인지, 입안에 치약을 남긴 상태에서 양치질을 마친다는 걸 제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설거지입니다. 유럽 가정의 일반적인 설거지는 우리처럼 물로 싹싹 헹구는 방식이 아닙니다. 설거지통에 물을 받고 세제를 풀어 놓은 후,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어 잘 닦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 방식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설거지 마무리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깨끗한 물로 그릇을 여러 차례 씻고 건조대 위에 그릇을 엎어놓고 말립니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세제가 뭍어 있는 그릇을 잘 턴 후, 마른 행주로 (세제가 남아 있는)물기를 닦아서 그대로 선반에 놓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겁을 합니다. 헉! 세제를 헹궈내지도 않고 그걸 그냥 행주로 닦아서 설거지를 끝내다니. 이건 세제를 그냥 먹겠다는 짓이구만!

실제로 그렇게 설거지를 마치면 음식을 먹을 때 세제를 먹게 됩니다. 양치를 하고 나서 입안에 남은 치약을 먹게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현재까지 계면활성제나 세제가 건강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없었나 봅니다. 인체 유해 성분에 대해서는 몹시 까다롭게 관리하는 유럽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으니까요. 설령 그런 방식으로 먹더라도 극소량이라 영향이 없다고 선전하네요.

일단, 저는 설거지도 물을 팍팍 써가면서 세제를 남김 없이 씻어내야 직성이 풀리이고요, 치약 성분도 10번 이상 물로 헹궈야 입안이 더 개운한 사람입니다. 밖에서 나가서 음식점에서 밥을 먹게되면 "혹시 지금 음식을 담은 접시도 유럽식 설거지로 닦을 것이 아닐까? ㅠㅠ"하고 우려가 생기기도 하지만, 요즘 대형 음식점은 식기세척기를 많이 쓰고 있어서 자동으로 접시가 헹궈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럽도 젊은 사람들을 시작으로 설거지를 물로 헹구면서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네요.

양치질의 경우, 여기 간호사는 헹구지 말라고 하고, 한국 치과의사는 10번 헹구라고 해서, 저희 아이는 5번 헹구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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