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 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
[신간서적] 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
  • 장인수 기자
    장인수 기자
  • 승인 2019.07.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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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쓴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분실 사건

한국 역사학계는 오랫동안 ‘고구려의 영토’ 논쟁을 벌여왔다. 제국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이 북한의 평양인지, 만주의 평양인지를 놓고도 수많은 다툼이 있었다. 고구려가 영유한 요동이 지금 중국의 요동반도인지, 아니면 그 서쪽에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지금의 한국 고대사를 만든 것은 ‘사대’와 ‘일제’라는 논란도 있었다. 생존을 위해 사대를 해야 했던 조선이 고조선과 고구려사를 축소시켰고, 대한제국을 지배하려고 한 일제는 이를 활용해 위축된 한국 고대사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 역사학계는 감히 이 문제를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가세한 것이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중국은 사대와 일제가 만들어준 한국 역사를 활용해 중국 고조선과 중국 고구려, 중국 발해를 주장한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는 한국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라는 동북공정을 펼치는 것이다. 이 답답한 현실을 ‘사실’로서 돌파하는 길은 없는가. 정말로 한국은 유사 이래 중국의 속국이었는가.

이 문제 때문에 한국 역사학계는 분쟁해 왔다. 반도사관과 대륙사관이 대립하고, ‘민족사학’과 ‘사이비사학’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답답한 싸움을 끝내는 길이 없는 것일까. 역사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니 논란을 부른 사실을 과학적으로 찾아가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사실 추적은 기자들이 전문을 하는 분야다.

동아일보의 이정훈 기자는 2003년 9월호 「신동아」에 중국의 동북공정을 맨 처음 고발했던 언론인이다. 그리고 한국 고대사에 대한 취재를 거듭해 2009년엔 동북공정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로 쓴 反동북공정』이란 책을 출판했었다. 그는 오로지 사실만을 추적하며 역사학자들의 영역을 탐구해들어 것이다.

이러한 그가 이번엔 ‘기자가 쓴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분실 사건’이란 부제를 단 단행본 『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를 출간했다. 고구려를 소재로 고구려의 뿌리가 무엇이고 고구려가 중국과 어떠한 투쟁을 해왔는지에 대한 취재를 한 것이다. 그냥 한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의 입장에서 고구려사의 대중(對中) 투쟁사를 분석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이 어디인지, 고구려가 대륙 세력과 혈투를 벌여 차지한 요동이 어디인지에 대한 추적과 증명도 시도했다. 객관성을 위해 한국 사료보다는 대륙의 사료를 더 많이 근거로 삼아 평양과 요동이 어디인지 밝혀낸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숱한 그림을 그렸다. 중국 사서들이 설명하는 요동군과 낙랑군을 그 설명대로 그려본 후, 이를 정교한 현대 지도에 오버랩시켜 요동과 낙랑을 찾는 작업을 한 것이다. 고구려사의 최대 미스터리인 요택(遼澤)을 찾는 노력도 했다. 이러한 분석에는 여러 차례 만주를 누빈 그의 경험이 좋은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취재 결과를 근거로 중국 동북공정의 실체를 밝히는 분석과 함께 이를 부수는 논리를 만들어냈다. 그는 동북공정을 남북한의 통일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이 통일한국과 ‘거대한 연대’를 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정치적 술책으로 본다. 그리고 조선족은 중국인이니, 조선족과 같은 역사를 가진 한국인도 중국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중국의 천하체계라는 고발을 한다.

그는 한국 고대사를 만들어준 일제의 역사학자들에 대한 추적도 했다. 그들이 어떻게 한4군을 비정했는지 추적한 것이다. 이를 식민사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식민사관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해냈다.

그는 역사는 곧 정치라는 주장을 한다. 인접한 나라와 싸우고 외교하고 무역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국제정치가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국을 이룬 나라 가운데 주변국과 가장 큰 전쟁을 가장 많이 치른 나라는 고구려였으니, 고구려의 국제정치를 만든 것이다. 기자는 사실을 근거로 역사학자들에게 도전을 한다.

필자는 이 책 서문을 통해 “학자가 아닌 기자가 썼으니 부담을 갖지 말고 한·중·일 역사학자들은 기자의 주장을 검토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기자는 학자가 연구해서 발견한 것을 전달하는 일을 하지만, 가끔은 기자가 던진 의견이 연구의 단초를 만들기도 한다”며 역사학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학자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동북공정을 폭로했던 기자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구려사가 옳으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만주를 답사한 경험으로 지도를 그려보고 중국 사서를 뒤져 찾아낸 사실을 근거로 추적해보니 지금의 고구려사는 옳지 않다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가 역사를 상대로 탐사취재를 했으니 학자들도 한 번 해보라는 압박을 가한다. 필자는 “부디 학자들은 기자의 이 도전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기자도 명예를 걸고 추적을 했기 때문이니 학자들도 고구려사에 대한 과학적인 추적을 해보라”고 권한다. 외면이나 무시보다는 비판할 건 비판하고 공유할 건 공유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한국 고대사의 터전은 대륙 요동인가, 한반도인가

요동의 맹주 고구려의 외침을 들어보라!

우리는 요동을 요동반도가 있는 중국 요녕성의 요양(遼陽)시 인근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요양이 장수왕 이후 전성기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이고, 고구려의 요동(성)은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흐르는 중국 하천 난하(灤河) 중하류에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러한 주장은 복기대(인하대) 교수 등 여러 학자들이 이미 했던 것인데, 더 많은 학자들이 반대함으로써 재야 사학계만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재야 사학자 중 일부는 우리 고대사를 너무 넓게 그리는 실수를 범했기에 이 중요한 주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탐사취재를 통해 이 주장의 정당성을 발견했다.

나아가 고려에 대한 재발견도 했다. 고려는 후백제와 신라를 통합해 한반도 전역을 석권했다. 그러나 요나라에 막혀 지금의 요양시 동쪽에서 발을 멈췄다. 지금 요양시 동쪽에 고려와 요·금의 국경선이 있었다. 그런데 고려는 한반도 전역을 차지하고 윤관의 토벌로 동쪽으로는 영토를 더 넓혔으니 전체 면적은 전성기의 고구려 보다 넓을 수도 있었다.

고려에 대한 이해가 바뀌자 옥저와 예맥·말갈·삼한·초기백제·초기신라·왜(倭)에 대한 이해도 흔들렸다. 그리고 발견한 것이 고대의 한반도는 지금의 요동반도라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고

대사는 지금의 요동반도에서 펼쳐졌다고 봐야, 『삼국사기』는 물론이고 중국 사서의 기록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기자가 감히 역사 탐사취재를 한 것은 ‘기자가 쓴’ 이 책이 동북공정을 부수고 통일의 의지를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분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위가 보다 명확히 밝혀져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웠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민족인데 그 에너지를 우리끼리 싸우는데 소진하고 있다. 내폭(內暴)하는 에너지를 방향을 돌려 외폭(外暴)시킨다면 우리는 통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고구려가 바로 외폭으로 성장했던 나라다. 코리아는 고구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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