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채의 문화가 산책] 팔순기념 명은당 성화자·김경아 모녀展 ‘80 맞이 서예전’, 여든 노인 양 뺨이 도화처럼 붉어지네

오는 10일(수)까지, 서예의 호사로움을 김경아 도예 작가가 빚은 다기에 담아내

2024-04-08     김진선 기자

어제는 모처럼 여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기자로 하여금 광주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31)으로 발길을 향하게 해서, 모처럼 눈 호강과 향기로운 녹차 내음에 입과 마음까지 호강을 했다. 평소 단아한 명은당 성화자 작가의 ‘80 맞이 서예전’이 열린다고 하니, 그저 범사로운 전시회가 아닐 거라 믿기에 기대를 잔뜩 걸고 미술관 2층으로 올라섰다. 입구에 걸린 안내판에 ‘팔질안여요도홍(八耋顔如夭桃紅 ; 여든 노인 양 뺨이 도화처럼 붉어지네)’라는 고혹적인 문구가 입구서부터 기자를 휘감는다.

이번 서예전은 명은당 성화자 작가와 그분의 딸 김경아 도예 작가의 도예전이 함께 어우러져 큰 전시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학정 선생의 묵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감상하러 일본 후쿠오까에서 온 두 여사님과 함께 다담(茶啖)에 느낀 분위기도 역시 진솔한 느낌이 와 닿았다. 서예의 호사로움을 김경아 도예 작가님이 빚은 다기에 담아, 온몸을 흠뻑 적시니 참으로 봄의 싱그러움을 물씬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가운데

 

방명록에 묵필로 ‘백우(百雨)’를 서툰 글씨로 적어 놓고 백우가 주는 의미에 대해 말씀드리니, 거의 날마다 통증 환자를 대할 때 느끼던 보람과 비슷한 백우(이 세상 온갖 풍진과 고뇌)를 껴안고 내리는 비가 온 후 맑은 날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다.

김경아 도예 작가의 명성도 이미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약력을 보니 순수 그대로의 경력이다. 독일 주림 도자 디자인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도자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고 귀국 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도예전에 참가하는 도예가로서 걸어온 길을 보니 이번 전시회 주인공인 모친(성화자 원장)의 단아함이 담긴 도자기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품격에 흠뻑 취하고, 서예전을 완상하고 나오니 참으로 복 받은 일요일, 광주 예술길 산책을 즐길 수 있어 기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