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말주머니 (3) 선물 1

2024-03-03     신성대 기자

 

선물·1

 

                                            나태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살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는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
풀꽃들 하나하나도 선물입니다

<나태주 연필화 시집>'선물 1'중에서

 

***

긴 밤을 보내고 다시 새 아침을 맞으면 만가지의 생각이 든다 

그 중에 어제 못다한 생각이나 일들이 잠시 엄습하고 또 걸어나갈 하루의 계획이 머리속을 잠식한다

아쉬움과 후회와 밀려올 때도 있지만 만족스런 결과에 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장 평범하고 가장 자연스런 시간과 공간과 현상을 깡그리 잊어버리거나

애써 생각하지도 않고 기계처럼 하루의 시간을 공장처럼 돌리는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눈부신 햇살이, 긴 호흡으로 아침을 겨워내는 들숨 날숨이, 창밖에 나부끼는 잎사귀의 떨림이 

소소하게 보여도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 인지 얼마나 큰 하늘의 선물인지 놓쳐버리며 우리는 산다.

잘 포장된 것만 귀한 선물이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의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그 속에 진리가 있듯이 

아침에 놓쳐버린 아름다운 두드림이 언제나 가슴을 치고

비로소 들에 피는 들꽃 하나하나가 다 선물인 것을 시 한편에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