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의 국민메시지] (174) 주인이 무서워야 정치인이 바로 서게 된다

2023-05-26     편집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심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감당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국민의 정치 욕구를 해결할 역량도 태부족이다.

건국과 근대화과정에서 우리 정치는 권위주의에 의존했다. 그 권위주의정치는 결과적으로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기적 같은 산업화의 성공, 그 터전 위에 빛나는 민주주의 지평이 열렸다.

권위주의를 벗어난 한국의 민주정치는 아직도 혼돈 상태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지향할 목표를 설정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단결은 요원하다. 정당의 정체성은 혼란스럽고 족보에 없는 주체사상이 판을 친다.

언론은 이런 정치에 대하여 비판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다. 정치불신이 깊어져 환멸과 외면을 부채질한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정치를 외면한 치명적 대가는 어느사이에 저질스러운 자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정말 폐부를 찌르는 말이다. 지금 우리 정치마당에 상식 이하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밭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면 어느 사이 잡초가 밭을 뒤덮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정치적 무관심은 답이 아니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고, 주인은 정치를 가꾸어야 한다. 주인이 무서워야 정치인이 바로 서게 된다. 언론은 정치적 허무(虛無)를 부채질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으로서 정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역할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우리 정치는 대장간 수준이다. 이제 용광로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 불순물이 없는 순도(純度)높은 쇳물을 양산하는 용광로처럼, 국회가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법률과 예산을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정치적 불신과 허무는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