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르는 아이티 폭력사태…"엿새간 70명 가까이 사망"

2023-04-25     전성철 기자

극도로 불안한 치안상황 속에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최근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7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24일(현지시간) EFE통신에 따르면 유엔 특별기구인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전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설명자료에서 "14∼19일 사이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경쟁 갱단 간 충돌로 거의 7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미성년자가 최소 2명 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또 총탄에 맞거나 흉기에 찔리는 등 부상자도 40여명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전쟁 같은 폭력조직 간 분쟁은 시테솔레이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약 100만명이 거주하는 포르토프랭스에서 시테솔레이에만 30만∼40만명이 살고 있다. 대표적인 인구 밀집 지역으로, 대부분 극빈층이다.

유엔 기구는 시테솔레이의 안보 상황이 '경고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갱단 잔혹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의 자유도 극히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구하기 힘든 데다 학교나 보건소 등의 줄폐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울리카 리처드슨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주민들은 마치 포위당한 기분으로 살고 있다"며 "갱단 테러가 두려워 집 밖에 발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경찰관보다 갱단원을 보기 더 쉽다'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나온다는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는 갱단이 밤낮으로 활보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는 '식물 정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입법부 역시 의원들 임기 종료로 사실상 해산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테솔레이에는 콜레라 재유행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생활 환경이 악화했다"며 "특히 하류 지역 해안가에 있는 시테솔레이로 쓰레기들이 밀려 들어오면서 곳곳이 침수되는 등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가 아이티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10월 1일 3년여 만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7일까지 2천592명의 콜레라 환자와 3만8천86명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65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