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형 해봄코치 칼럼] 챗GPT 무료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내 집으로 온다고?

이제, 나를 평가하지 않는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울렁증 해소해보자!

2023-04-12     김진선 기자

매일 원어민 영어강사가 내 공부방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내 영작문도 고쳐준다면?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료이거나 소액의 월사금으로 가능하다면, 그 원어민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겠나?

2022년 초에만 해도 이 원어민 강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 30일 OpenAI사가 대화형 인공지능 언어모델인 챗GPT를 출시하면서 마치 원어민 선생님과 내 방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선생님은 나를 평가하지도 않고, 언제든지 나의 실수를 수정해주고 이유도 설명해준다.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해도 짜증 내지 않고 대답해준다.

이런 상황이라면 영어학습은 부담이 아닌 즐거운 경험이자 효율적인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혁신적인 인공지능 기술은 한국의 언어 교육 현장의 그림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영어교육 열풍으로 인해 2020년대 초 5조 원 이상의 사교육비가 지출되었다. 2022년 한국의 총 사교육비는 26조 원으로 영어와 수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고소득과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의 격차는 2022년 통계로 5.23배에 이른다. 이런 현실에서 온라인 액세스가 되면 누구나 챗GPT나 한국에서 개발한 Askup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바로 피드백을 받으며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꽤 아날로그형 인간인 내가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어 강의 자료를 챗GPT로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영어 문장의 난이도, 텍스트의 분량, 강의 목적에 따라 맞춤으로 결과물이 나온다. 나보다 더 빠르고 유능한 척척박사 비서를 만난 기분이었다. 독해자료를 내 니즈에 맞게 만들어주고, 그 독해문의 단어와 뜻도 원하는 포맷을 프롬프트, 즉 명령어로 넣으면 표도 만들어준다. 적어도 한 시간 정도를 써야 만들 수 있는 책 한권의 단어장을 5분 이내로 만들어내는 효율성에 반하게되었다.

독해 관련 자료뿐 아니라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원어민과 대화하는 것처럼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또한 챗GPT가 제공되는 피드백을 통해 영작문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영작을 하고 교정을 요청하는 프롬프트를 넣으면 문법뿐만 아니라 글의 구조도 영어식 글쓰기로 ‘topic sentence’넣어서 수정해준다. 물론 수정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프롬프트를 넣으면 그 또한 뚝딱 1분도 안 걸려서 결과물을 준다. 영어학습영역에서 아웃풋 영역이라 읽기나 듣기보다 좀 더 어렵게 느껴지는 말하기와 쓰기도 챗GPT로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어 교사들 역시 챗GPT를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맞춤형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남녀노소 학습자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학습자료를 구하고, 챗봇과 상호작용하며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챗GPT가 나오기 전에는 빈부의 격차에 따라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의 차이가 컸다. 부유층은 영어유치원으로 시작해서 자녀를 해외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고가의 원어민 강사를 집에 모셔서 개인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지방이나 도서지역에 살아서 다양한 영어학원이나 원어민과 교육을 받을 수 없어도 컴퓨터에 접속만 하면 질 높은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OpenAI CEO인 샘 올트만이 챗GPT를 거대기업보다 먼저 세상에 내놓으며 ‘AI에 대한 액세스를 민주화하고 그 혜택을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샘 올트만의 바람이 한국의 영어교육 현장에서도 적용돼 인터넷 엑세스만 있다면 누구나 친절하고 빠른 원어민교사가 영어학습을 돕는 것처럼 편하게 영어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어 추론 모델이어서 잘못된 정보를 추론해내는 ‘환각’현상이 종종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OpenAI사도 노력하고 있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교육 혜택을 좀 더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AI의 출현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

AI의 사용윤리와 악용을 방지하는 규제를 법제화하여 챗GPT와 인공지능 기술이 언어 교육을 비롯한 교육 전반에서 인류의 발전을 돕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이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