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부모들,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붐…"무비자에 국적취득 쉬워"

2023-01-04     정욱진

 

러시아 부모들이 아이를 낳으러 아르헨티나로 몰려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아르헨티나에 러시아인 원정출산 붐이 일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보석 디자이너였던 폴리나씨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성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병원에 줄을 서 있는데 내 앞에 러시아 여성이 적어도 8명은 있었다"고 말했다.

주 아르헨티나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인 2천∼2천500명이 왔고 그중 많은 수가 출산을 계획하는 여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1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전에도 미국 플로리다 등에서 원정 출산을 많이 했지만, 전쟁 후에는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가 급부상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모스크바 주재 영사관 직원이 급감해서 비자를 받으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하는 등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가 러시아에 문을 닫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국적이 있으면 EU, 영국을 포함해 171개국을 무비자로 갈 수 있고 미국 장기 비자 받기도 몹시 어렵진 않다.

전쟁 전에도 러시아 여권으론 약 80개국에서만 무비자 방문이 가능했다.

또 일단 아이가 태어나 아르헨티나 국적을 받으면 이후 부모의 국적 신청은 어렵지 않다.

폴리나씨는 "전쟁 직후 임신을 확인했고 국경이 빠르게 막히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쉽게 갈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르헨티나 여권이 우리 아이에게 문을 많이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5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고 매일 12명 이상의 러시아 임신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며 "병원에서는 러시아어로 광고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 말 유대계 러시아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해 왔고 1991년 소련 붕괴 후에도 러시아 이주민을 받은 이력이 있다.

러시아가 군 징집을 확대하면서 원정출산 후 돌아가지 않고 남는 우수인력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산한 빅토리야씨는 "러시아에선 양질의 서구식 교육이 어려워졌다"며 "징집을 하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남편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