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트럼프와 차별화하며 입지 다져

2022-12-27     인세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공화당 내 예비 대선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당내 강력한 라이벌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광고를 재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광고는 주 의회의 새 회기를 앞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새 주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절대다수 지위를 확보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낙태, 개인정보, 총기 휴대권 등에서 보수적 이슈를 더 주도할 힘을 갖게 됐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현재 플로리다주는 임신 15주부터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보수적인 다른 공화당 지역보다 느슨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낙태 금지에 대한 추가적인 강화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이달 초 이른바 '심장박동 법안'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장박동 법안은 태아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6주 이후로는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주의회를 통한 입법 드라이브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독단적으로 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의회 및 공화당 조직 등과 협력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는 한 공화당 전략가는 이날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전반적인 차별화 메시지는 트럼프가 자신을 위해 출마한 반면 디샌티스는 유권자를 위해 출마했고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틀 트럼프'로 불려온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른바 동성애 교육 금지법을 시행하고 불법 이주민 수십 명을 민주당 텃밭으로 보내면서 바이든 정부의 국경 정책에 항의하는 등 강경한 보수 행보를 해왔다.

특히 그는 지난달 공화당이 크게 고전한 중간선거에서 압승으로 재선 고지에 오르면서 보수 진영 내에서 트럼프의 대항마로 등극했다.

중간선거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재선 도전 선언을 강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와의 만찬, 헌정 중단 요구 발언 등의 잇단 헛발질로 실점하면서 일부 조사에서 20% 포인트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등 공화당 내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상태다.

더힐은 "디샌티스는 대선 출마 선언을 내년 늦봄이나 여름까지 늦추면서 의회에서의 입법적 승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현재 현직이 아닌 다른 예비후보들과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 다른 후보들도 물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신간을 출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내년 1월 15일부터 다시 '북 투어'를 재개하고 주요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직원을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경선이 조기에 실시되는 주(州)에서 일할 직원들을 접촉했다.

또 글랜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에이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도 물밑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는 10여명이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지지율이 현저히 낮은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트럼프를 지극히 싫어하는 글로벌 미디어들이 공화당의 트럼프의 대항마로 드샌티스 후보를 띄워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AP, 뉴욕타임스 등을 비롯한 주류 언론들은 이상하리 만치 드샌티스에게는 호의적인 논지의 기사를 써주고 반대로 트럼프에게는 비판 일색의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드샌티스가 트럼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뉴스 카르텔이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 몰아갈 때에는 카르텔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 지도 잘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