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자국 반도체기업 중국 매각 잇달아 금지

2022-11-10     김현주 기자

 

독일 정부가 자국 반도체기업의 중국 매각을 잇달아 금지했다.

독일 정부는 9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열고, 자국 반도체제조업체 엘모스의 생산시설과 반도체제조설비업체 ERS일렉트로닉의 중국 매각을 금지하기로 잇따라 결의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내각은 2건의 투자 제의 검토에 대해 부정적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중요기반시설이나 유럽연합(EU) 외부로 기술이 흘러나갈 위험이 있는 기업 인수와 관련해서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는 독일과 EU의 기술적, 경제적 주권과 독립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이라며 "독일은 계속해서 투자에 열려있지만, 우리는 순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ERS일렉트로닉은 반도체제조설비 업체로 반도체 고객을 위해 초정밀 온도조절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업체에 중국 어느 업체가 관심을 가졌는지 등은 기업비밀에 속한다고 독일 정부는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ERS 매각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독일의 공공안전과 질서를 위협한다는 근거로 매각중단이 권고됐다고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도르트문트에 있는 엘모스는 주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해 생산·유통하는 업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도르트문트에 있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시설을 중국 정부와 연계된 IT기업인 사이(Sai)그룹의 스웨덴 자회사 실렉스(Silex)에 8천500만 유로(약 1천180억원)를 받고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후 독일 정부는 승인 여부를 검토해 왔다.

한편, 독일 정부는 현재 44건의 독일기업에 대한 해외기업 투자 제의를 검토 중이다. 이 중 17건은 중국, 7건은 미국, 6건은 영국기업의 투자 제의다. 독일 정부는 향후 핵심기술을 보유한 독일 기업의 중국 매각을 어렵게 할 계획이다.

하베크 부총리는 지난 8일 "반도체와 같은 결정적인 분야는 특별히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엘모스를 포함해 그런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의 투자는 더 높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자국 기반시설과 산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담당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 최대항인 함부르크 항만에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 지분 참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참여 지분은 기존 35%가 아닌 24.9%로 제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