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의 수첩] (29) 비극의 정쟁화, 당장 중단하십시오

2022-11-04     편집국

이태원 사고와 관련하여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경찰의 부적절한 현장 대응과 보고체계 문제가 드러났고, 상응하는 인사조치가 단행되는 중입니다. 차후 책임소재가 밝혀질수록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진상조사를 하는 중에 민주당이 느닷없이 이태원 사고를 제2의 세월호로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추모와 수습,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선언입니다.

세월호는 두 가지 의미에서 절대로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불행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어야 합니다. 동시에 비극의 정쟁화 역시 없어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해양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사고 발생 건수는 14,100건, 사고 선박은 15,712척, 사망·실종은 591명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재난을 겪고도 대안과 예방을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세월호를 정치투쟁의 상징으로 이용만 하고, 국민적 슬픔을 사회안전망 강화로 승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2의 세월호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세월호 때처럼 당파적 유불리로 비극을 재단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속으로는 정략적 이익을 원하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부터 거짓말을 퍼부으며 비극의 정쟁화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몰상식한 정치인들은 비극적 사고가 있을 때마다 당파적 저울을 꺼내 듭니다. 정략적 이해득실의 계산을 마치면 누군가를 악마화하기 시작합니다.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국민적 슬픔을 당파적 분노로 변질시킵니다. 그렇게 재난은 정쟁의 도구가 되고 맙니다.

검은 리본을 달고 정쟁을 하면 그 역시 정쟁일 뿐입니다. 그것도 타인의 죽음을 정치투쟁의 에너지로 소비하는 가장 저열한 정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