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정치", "나라 망조"…브라질 대선 첫 TV토론

2022-08-30     박재균 기자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28일(현지시간) 열린 후보 첫 TV 토론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선두권인 전·현직 대통령 간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양강 후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자유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노동자당)은 각각 상대방 국정 운영 과정의 '아픈 곳'을 파고드는 데 토론을 집중하며 공세를 펼쳤다.

현지 방송국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현 대통령인 보우소나루 후보였다.

그는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관계된 돈세탁 스캔들로 2018∼2019년 옥살이하다가 공판 무효화 결정으로 풀려난 룰라 후보를 향해 "브라질 역사상 가장 부패한 정부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도둑 정치와 강도에 기반을 둔 정권이었다"며 "권좌에 복귀하려는 이유가 설마 또 페트로브라스 사태 때 같은 행위를 다시 하기 위한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그는 발언 도중 룰라 후보를 두 차례 '전과자'로 지칭, 룰라 후보가 부패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던 사실을 부각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룰라 후보는 보우소나루 현대통령에 대해 '국가를 망친 장본인'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그는 "내(룰라)가 이뤘던 경제 성장세와 빈곤 퇴치 계획의 유산을 없애 버렸다"며 "물가는 치솟았으며, 아마존 열대 우림은 파괴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또 인구 2억명 중 빈곤층 약 3천300여만명을 위한 소득 분배 정책과 관련, 보우소나루 후보가 "기아로 허덕이는 국민을 위한 현행 보조금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자, 룰라 후보는 "내년 총예산에 관련 항목이 빠져 있는데,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토론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은 스튜디오 밖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친 룰라 성향의 의원과 보우소나루 측 전 정부 각료는 서로 고함을 지르며 몸싸움 직전까지 언쟁을 벌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토론에는 다른 4명의 군소정당 후보도 자리해 각자의 정책을 소개하고 두 양강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브라질 대선은 오는 10월 2일 실시되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오는 10월 30일 1·2위 후보를 상대로 결선투표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