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방한 내내 "돈 내라" 요구

"글로벌펀드 1억∼1억5천만 달러 기여해주면 좋을 것" 감염병 대응을 위한 세계조직 필요성 강조…국제사회 관심 촉구

2022-08-18     인세영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방한해서 각종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시종일관 주장한 것은 "역할을 해 달라" 였다.

즉 자신의 재단이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자금을 더 출자해서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빌게이츠와의 접견에서 상호 내실있는 협력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돈 많은 빌 게이츠가 대한민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해 줄것이라는 바램도 있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빌 게이츠 측이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에게  자신의 재단 사업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동상이몽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빌 게이츠 공동 이사장은 "나는 부유한 나라가 기부금의 비중을 높이고 다른 나라들보다 관대함을 조금 더 발휘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 감염병 대응 분야 국제 공여를 늘리고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이 해외 원조 지원금과 백신 개발 등 혁신을 통해 국제 보건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한국이 자금을 더 지원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게이츠 재단이 한국에 있는 기관들에 지원한 금액이 3억1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에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석열 대통령 등 한국 정치지도자들과 차례로 만나 많은 대화를 했다며 "(한국이) 해외 원조를 늘리고 있는 데에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 사회에 국민총소득의 0.16%를 공여하고 있지만,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1%를, 독일은 0.7%를 공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기부금을 0.3%까지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국뿐 아니라 10대 공여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더 많은 출자를 요구한 것이다. 

기자가 한국의 국제 기여 증액 제안에 대한 윤 대통령과 김 의장 등 정치지도자들의 반응이 어떠했느냐고 묻자 게이츠 이사장은 웃으면서 "(한국 정부가) 그 정도 수준의 기부를 한다면 제가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빌 게이츠는 백신 전도사로 꾸며진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각국을 돌면서 재단에 기부금을 출자하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이미 빌 게이츠가 방한하기 전 부터 그의 방한 목적을 정확히 예측했으며, 국회 연설의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논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이 역량이 있기 때문에 (우리 재단의) 지원을 받았고, 이를 고려해 (국제 사회에) 너그러움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이츠 재단의 주요 파트너인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 기금'(글로벌 펀드)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중 전자가 다음 달 재원 조달을 위한 회의를 연다고 소개했다.

그는 "180억 달러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라며 "만일 한국이(이 중) 1억∼1억5천만 달러에 기여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희망을 밝혔다. 

빌 게이츠가 16일 국회에서 한 연설 당시에도 그 주제는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며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게이츠 이사장은 국제 사회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올해 여름 정도면 세계가 코로나19 급성 국면(acute phase)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이의 출현, 백신에 대한 접근성과 접종 설득의 어려움 등이 있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아직 확진자 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툴과 최고의 역량을 지닌 인재로 구성된 팀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대응 및 동원'(GERM)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봄 발간한 저서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How to Prevent the Next Pandemic)에서 GERM 팀의 구성을 제안하면서, 인원은 약 3천명, 예산은 연간 1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10억 달러를 전 세계에서 조성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라며 "(GERM 팀 구성에 대한) 국제적 동의와 투자가 수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국제 사회에 있어 공론화가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별도 기자간담회에서 게이츠 이사장은 E형 간염 연구와 결핵 백신 개발에 관한 관심을 표현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최근 국제백신연구소(IVI·1997년 한국에 설립된 국제기구)의 제롬 김 사무총장을 만났다고 전하며 "최근 IVI가 하고 있는 E형 간염에 대한 연구에도 재단이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에 요청하고 싶은 사안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두 가지가 있다"며 한국이 국제 보건 관련 기관들에 기금 출연을 늘리고 리더십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먼저 꼽고, 나머지 하나로 '결핵 백신' 개발에 관한 협력을 들었다.

그는 결핵 백신 개발이 8년 내지 10년 걸릴 것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며 많은 인내와 자원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한국 기업들이 여기(결핵 백신 개발)에 참여토록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빌 게이츠의 방한은 자신의 재단 펀드 레이징(모금활동)이었다는 것이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과연 이런 글로벌 사업가에게 자리를 내눴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시민들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IVI (국제백신연구소)의 실체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공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IVI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 사태 초반에 지나치게 집단면역을 강조하면서 전 국민에게 백신을 강요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집단면역은 달성되지 않았고, IVI는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IVI의 제롬 킴(한국명 김한식)이 국내외 백신 제조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을 해서 국민들이 알아야 할 부분을 명확히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WHO를 비롯한 UN 산하 각종 기구가 크게 신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움직임에 있어, 세계 백신 평등과 같은 거창한 명분을 주장하고 있는 이들의 이면에 그들이 사익을 추구하거나 엉뚱한 목적은 없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