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反中정서 심화 "국가부도는 中 일대일로 탓"

2022-07-12     인세영

국가 부도 상태인 스리랑카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과 총리가 퇴임을 발표한 가운데 반중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스리랑카 국민들 사이에서는 스리랑카가 국가부도 사태까지 이른것은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과도하게 차관을 얻어 쓴 것이 결정적이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스리랑카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11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스리랑카 주재 중국대사관은 “현재 스리랑카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변 상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외출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스리랑카 빈민이나 경제 위기에 처한 지역에 연료, 식량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스리랑카의 안정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국제무역 요충지로 부각되며 고성장을 구가했던 스리랑카는 올 4월 일부 부채 상환을 일시 유예한다고 밝힌 뒤 5월 18일 디폴트를 공식 선언했다. 스리랑카 국가부채는 현재 약 510억 달러(약 66조 원)로 이 가운데 250억 달러(약 32조 원)를 2026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와 지급이자는 70억 달러(약 9조 원)가량이며 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스리랑카에서는 중국의 꼬임에 빠져 일대일로에 동참한 결과 빛더미에 앉고 국가부도를 맞았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비싼 이자를 주면서까지 중국의 돈으로 항구와 공항, 도로망을 비롯한 인프라 건설과 확장을 추진했기 때문에 국가 부도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부패한 권력층이 중국돈에 매수되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추진하는 인공섬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 2019년에 나온 이야기다.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CCC)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채무함정에 대해 우려했던 것이다.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 역시 스리랑카 국가부도 이전에 이미 중국이 스리랑카의 항구를 점령하는 대표적인 방식을 보여줬다. 함반토타 항구는 2010년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재원으로 건설됐지만,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자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2016년 항구 지분 80%를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했다.

결국 중국이 차관을 빌려주면서 항만을 지어주고나서는 운영이 안되자 항구 운영권 자체를 빼앗아 버리는 식이다. 스리랑카 내에서 국부유출과 주권 훼손 등 강한 반대 여론이 일자, 2017년 7월 양국은 합작법인을 설립하되 중국 측 지분 비율을 70%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양국 합작비율을 같게 하기로 재합의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권리는 중국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스리랑카 정부가 5월부터 채무 상환 유예 및 탕감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중(反中)정서마저 생기는 분위기다."

가난한 나라에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나서는 갚지 못하면 해당 국가 자산의 운영권을 빼앗아 버리는 수법이 악랄하기 그지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글로벌타임스는 “스리랑카 정부의 대외 부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중국이 스리랑카 부채 문제의 근원이란 이야기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