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회사 반도체 기술 중국 유출…710억 챙긴 일당 기소

2022-05-25     이미희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내 중국 업체 등에 팔아 수백억 원을 받아 챙긴 세메스 전 연구원 등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이춘 부장)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세메스 전 직원 A(46)씨 등 7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들을 도운 세메스 전 연구원 2명과 A씨가 범행을 위해 설립한 C 회사를 불구속기소 했다.

세메스에서 10년 이상 연구원 등으로 근무한 A씨 등은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정하게 빼낸 세메스의 기술정보로 동일한 사양의 반도체 세정 장비 14대를 제작한 뒤, 관련 기술과 함께 중국 업체나 연구소 등에 팔아넘겨 약 710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세메스에서 퇴직해 C 회사를 차린 뒤, 퇴사 시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거나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기술 정보가 담긴 부품 자체를 받는 수법으로 설계도면, 부품 리스트, 약액 배관 정보, 작업표준서,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기술을 빼냈다.

이들이 유출한 반도체 세정장비는 세메스의 독보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주력 제품으로, 반도체 기판에 패턴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황산이 포함된 고온의 액채로 세정하는 장비, 이송 로봇의 팔을 2개에서 4개로 늘려 세정 속도를 높이는 장비가 대표적인데, 이 같은 장비의 기술 정보를 집중적으로 유출해 형상과 치수가 사실상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세메스는 기술 개발 연구비 등으로 2천188억원을 투자했으며, 기술 유출에 다른 경쟁력 저하로 거래처 수주가 10%만 감소해도 연간 4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씨 등은 세메스 근무 이력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중국 업체 등의 투자로 천안에 공장을 설립해 장비를 만들어냈다.

또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관련 기술을 모두 이전시키고 그 대자로 합작법인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첩보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하드디스크 및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