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도 루블화 가치는 급등…유로화 대비 7년 만에 최고 수준

2022-05-24     김현주 기자

달러·유로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23일(현지시간)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루블화 가치가 안정됐다고 판단한 러시아 정부는 자국 기업에 적용했던 환전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나섰다.

유럽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대비 루블화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6.3% 오른 1유로당 58.75루블에 거래됐다. 유로화 대비로는 2015년 7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화 대비 가치 역시 전 거래일보다 4.6% 올라 1달러당 57.47루블을 기록했다. 루블화 가치가 가장 높았던 2018년 3월(1달러당 57.075루블) 수준에 근접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전방위 경제 제재를 당했지만, 루블화 가치는 급등세다.

한때 1달러당 약 140루블까지 폭락했던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30% 상승, 전세계 화폐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루블화의 가치 상승은 러시아 정부의 고강도 환율방어 정책의 영향이다.

러시아는 최대 외화 수입원 중 하나인 원유 수출대금에 대해 루블화 결제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주민에게는 일정 기간 환전을 아예 금지했고, 외환 계좌 인출도 제한했다.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은 보유주식 매도를 금지했다. 매도 대금을 환전해 러시아를 떠날 수 없게 한 조치다.

에너지 수출 기업의 수출 대금 80%를 루블화로 환전하도록 의무화한 조치는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루블화 상승을 계기로 수출기업의 외화 의무 환전 비율을 기존 80%에서 5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루블화 가치가 너무 높아지면서 러시아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부는 "루블화가 안정화됐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환 유동성도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규제 완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