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마크롱 대신 르펜 부상"

초박빙 상태, 결선 투표에서 판가름

2022-04-17     인세영

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크롱 재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존 극우 세력의 집권 저지라는 목표 아래 이념을 초월해서 정치 세력을 하나로 묶어주는 현상을 '공화국 전선'이 허물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올해 대선만큼 극우 세력이 엘리제궁에 가까이 다가선 적이 없지만 좌파는 물론 우파에서도 공화국 전선이 무너졌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대선 결선 대진표를 확정하고 맞이하는 첫 주말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서 열리는 시위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하는 구호가 없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위에서는 우파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이것이 마크롱 대통령을 위한 한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파 진영에서는 "공화국 전선은 죽었다"(스테판 르뤼뒬리에 공화당 상원의원)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등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절대 표를 주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을 우파 정치인으로 보고 있는 좌파 진영에서도 언론에 의해 극우 성향으로 분류된 르펜 후보도 싫지만, 우파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우위에 두고 펼치는 마크롱 대통령도 싫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결국 마크롱은 좌우 양측에서 열외로 분류되고 있는 셈.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사이에서 기권하겠다는 응답이 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멜랑숑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결선에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진출한다면 기권하겠다는 응답이 4월 12일 37%, 13일 41%, 14일 45%, 15일 49%로 나날이 증가했다.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멜랑숑 후보를 뽑은 유권자 사이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맞붙는 결선에서 기권하겠다는 응답이 13일 45%, 14일 49%, 15일 56%로 상승했다.

멜랑숑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은 27.95%로 2위를 차지한 르펜 후보(23.15%)와 1.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르펜 후보 입장에서도 그를 지지한 유권자를 흡수하는 게 관건이다.

기관마다 편차는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득표율 예상치 격차는 6%포인트∼12%포인트로 집계돼 격차가 5년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복수의 프랑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프랑스 내 맥킨지 게이트 및 백신 관련 정책의 실패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마크롱에 대한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들면서, 프랑스 내 강한 우파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만큼 르펜 후보가 당선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우파 후보인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을 보이는 AP등 일부 통신사들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반감이 르펜 후보의 표로 결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