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지 양다리 논란…마약성 진통제 제조사·FDA 컨설팅 동시에

2022-04-14     김건희 기자

미국 컨설팅 업체 매킨지가 수년간 마약성 진통제 제조사와 규제 기관인 미 식품의약국(FDA)을 동시에 컨설팅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기관 관련 매킨지의 이해충돌 의혹을 조사해온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2004∼2019년 내부 자료 수천건을 근거로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매킨지는 오피오이드(아편 유사 진통제) 제조사였던 퍼듀 파마 등 제약사를 담당한 직원에게 이 분야를 규제하는 FDA도 컨설팅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부터 최소 22명이 FDA와 이런 기업들을 동시에 맡았으며, 한 컨설턴트는 2014년 퍼듀 파마 경영진에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FDA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2018년 취임했던 알렉스 에이자 전 미국 보건장관과 관계에서도 이해충돌이 지적될 만한 사안이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당시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의회 인준을 앞두고 있던 그에게 매킨지는 취임 후 당면 과제를 정리한 문건을 작성해 전달했다.

그런데 문건 작성 과정에서 퍼듀 파마를 담당했던 한 직원의 지적으로 초안에 포함됐던 '오피오이드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한 부분이 사라지게 됐다.

오피오이드는 강력한 마약 성분이 들어있어 미국서 중독·남용 사례가 속출한 물질이다. 2017년 말에는 정부가 공중보건 비상사태까지 선포해야 할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됐다.

특히 1990년대부터 오피오이드를 생산한 퍼듀 파마는 무분별한 판매로 오남용 사태의 주범으로 꼽혔다.

매킨지 측은 컨설턴트가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고객에 기밀 정보를 주는 등 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FDA에 구체적 규제 결정이나 특정 약품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제약사와 관련된 컨설팅과는 이해충돌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60여개국에 진출한 매킨지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에게서 지난해에만 컨설팅 비용으로 약 1조2천억원을 지불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