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의 국민메시지] (76) 냉엄한 현실 앞에서 미래를 응시할 뿐이다.

2022-03-28     편집국

박근혜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초췌하지만, 말과 발걸음은 그런대로 힘찬 모습이다.

충격적인 탄핵과 장기구속은 그녀 개인의 불행을 넘어 한국현대사의 한 비극이다. 사실 그녀는 탄핵으로 쫒겨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거나 고문한 일이 없다. 남의 돈을 챙긴 부패도 전혀 없다. 국가위기를 초래한 과오도 없다. 닉슨처럼 치명적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다.

작은 흠이 있다면 이것이다. 경제수석이란 자가 전경련상임부회장과 협의해 무슨 재단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 재단은 공익재단으로 모금액도 합쳐서 800억 정도다. 사후에 재단설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으로 끝내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일부세력들이 온갖 요괴스러운 선동으로 불을 붙이고 보수언론까지 기름을 부었다. 끝내 여당의원의 절반 넘는 사람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탄핵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뒤 그녀의 구속, 수사, 재판은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정치보복이었다.

그러나 과거를 되돌릴 길은 없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객관적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과거는 무심히 흘러갔고, 우리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미래를 응시할 뿐이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끓고 있을 분노와 회한도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긴 겨울 동안 동토 속에서 잠들었던 뿌리가 다시 깨어나 봄의 꽃을 피워내듯, 그녀의 또다른 성취의 시간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