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인수위 간담회 거부 "선례 없다"

"지방선거 앞두고 간담회는 오해 여지"…인수위, 선관위에 유감표명

2022-03-28     이준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간담회 요청을 거부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지만 인수위는 선관위의 이같은 방침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인수위는 그러면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는 점도 추가로 공개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의 이용호 간사는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 간사는 3·9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문제 등을 포함해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중앙선관위와 간담회를 열기로 했음에도 선관위가 응하지 않았다면서 "선관위의 결정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관위원들의 내부 회의를 열어 '선례가 없으며 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간담회 불응 방침을 인수위 측에 전했다. 

선관위 측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와 간담회를 하는 것은 자칫 오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간담회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면서 "선관위는 업무보고 대상도 아니다. 인수위와의 간담회도 개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수위 이 간사는 최근 감사원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감사 계획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이 간사는 "감사원 업무보고 중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이처럼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게 선거 준비를 턱없이 부실하게 한 데 대한 감사를 할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감사원은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후 감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해당 감사에서 선거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요인 및 보완책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고 이 간사는 덧붙였다.

선관위 측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계획을 들은 바 없다. (선관위에 대해) 회계감사는 하는 것으로 알지만 직무감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인수위와 감사원은 과거에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이 간사는 "감사원의 그동안 기록을 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네 차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3년 정도에 한 번씩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것으로, 마지막 감사를 받은 게 2019년에 특정감사를 받았는데 이제 정기감사도 (받을) 때가 됐다는 (감사원의)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인수위에 선관위 감사 계획을 보고한 것이 맞다"며 "그동안에도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을 근거로 감사를 해 왔다. 다만 선관위가 독립기관이다 보니 최소한의 범위에서 감사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선거업무를 부정, 부실하게 처리했을 경우 언제라도 외부에서 감시와 견제, 처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