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아들' 마르코스, 부모와 차별화?…"아내 기용 안해"

2022-03-21     김현주

필리핀 대선 유력 후보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당선돼도 아내를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1일 일간 필리핀 스타에 따르면 마르코스(64)는 최근 열린 한 미디어 포럼에서 "아내는 정부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만일 자신이 공직을 제안하더라도 아내는 다른 방향으로 갈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마르코스의 아내인 리자(62)는 현직 변호사다.

그는 자신이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에서 주지사를 지낼 때 아내는 영향력 행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 업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대신 가난한 수감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서는 등 봉사 활동에 나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자신의 어머니인 이멜다(92)와는 다른 길을 걸을거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독재자인 선친의 재임 기간에 사치와 영향력 행사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모친과 자신의 아내를 차별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멜다는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뿐만 아니라 메트로 마닐라 시장과 주택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맡아서 남편 못지 않게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인 인물이기도 하다.

독재자인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의 아버지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집권하다가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해 3년 후 사망했다.

국고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재산을 빼돌렸다는 비난도 받았다.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2조원 상당)이며 이중 4조원 가량이 환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는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힌다.

펄스 아시아가 지난달 18∼23일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는 60%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은 오는 5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