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 칼럼] 이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돌아갈 때

- 가장 강력한 면역은 웃음과 포옹, 햇빛

2022-01-03     목수정

2021년의 마지막 날을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보낸 딸 아이가, 다음날 아침에 돌아왔다. 아이가 현관에 들어서자, 난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것 마냥 두 팔을 크게 벌려 아이를 품에 안았다. 순간, 계속 사랑을 하면서 살게 해주는 존재가 있어서 고맙단 생각, 사랑하는 존재는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살아갈 이유를 제공하며, 그것이 최고의 면역을 제공한다는 생각들이 연쇄적으로 지나간다. 사랑하는 존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부스팅하게 해주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며, 미소짓게 하고, 좋은 것,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들로 삶을 채워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므로.

프랑스 라루스(Larousse)사전이 말하는 면역의 정의는 “유기체에 침투한 외부 요인으로부터 유기체를 지켜낼 수 있는 방어체계의 총체”다. 면역이란, 현대의학 특유의 협소한 정의처럼, 특정 약물을 몸에 찔러넣으면 생기는 항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침투하여 우리를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외부 요인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것의 총체를 칭한다. 그것은 햇빛을 통해, 비타민C, D, 아연 등을 통해서도 강화되지만, 충분한 휴식, 무엇보다 사람들과 부지런히 관계맺은 일상, 건강한 식생활, 사랑으로 충만하게 채워진 관계, 스트레스가 쌓이는 걸 막아주는 내면의 기쁨, 삶을 향한 열정 속에서 형성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 자주 스킨쉽을 나눈다. 작은 기쁨도 함께 나누니 배가 되고, 소소한 일로도 크게 웃을 수 있으니 스트레스를 쌓고 살지 않을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사랑이 그가 살고 있는 환경과 그와 이웃이 되어 살아갈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역사적 존재로서의 고민을 실천해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타고난 지혜와 슬기를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최적의 촉진제인 셈이다.

웃음과 스킨쉽은 강력한 면역 촉진제

서너해 전, 살짝 몸살 기운이 돈다 싶은 상태에서 조금은 염려하며 파리의 지인들과 한국 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 우린 식탁 가득, 한국 음식들을 시켜놓고 원없이 모국어로 회포를 풀며, 즐거운 수다를 나눴다. 식사 이후, 까페로 자리를 옮겨, 각자 품고 있던 은밀한 비밀 하나씩 풀어내며, 언니들 특유의 은밀한 우정의 밀도를 다지는 시간을 이어갔다. 한번씩 허공에 박장대소를 날릴 때마다, 꺼져가던 면역세포들이 퐁퐁 활력을 얻어 살아나는 느낌이더니, 열 번쯤 박장대소를 터뜨린 후 일어나 집으로 가는 길에, 내 몸을 맴돌던 몸살 기운이 사라진 걸 알았다. 내 몸살 기운을 가져간 건, 탕수육과 보쌈, 김치찌개였을까? 언니들과 나눈 달근한 수다였을까? 그들과 다진 끈끈한 자매애였을까? 아마도 그 모두가 함께 빚어낸 면역의 연금술이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한나절 동안 터뜨린 웃음 + 언니들끼리의 모국어 수다 테라피의 놀라운 효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아보았다.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의대의 리 버크와 스탠리 탠 교수가 발표한 ‘웃음과 면역체계’라는 논문은 한바탕 웃고 난 후, 몸에서 감마 인터페론이 200 배 이상 증가해서,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웃음은 종양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백혈구와 면역 글로블린을 생성하는 B세포도 활발하게 만들어주어, 세균에 저항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로 이끌어 준다는 사실도 입증한 바 있다.

미국 인디애나 메모리얼병원 연구팀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5초 동안 크게 웃기만 해도 엔돌핀과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수명이 이틀이나 연장된다. 또한, 많이 웃을수록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가 활성화 되어 강력한 항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주 웃고, 충만한 행복 속에 지내면 감기 같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노시보(Nocebo) 효과가 가져온 결과

반면, 공포와 불안, 근심은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함께 갉아먹는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곧 죽을 것이라고 말하면, 뇌 속에 있는 특정 세포가 죽어버리는 현상을 우리는 의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노시보라고 하는 현상이다. 텔레비전에서 매일 밤, 이런 얘기를 시민들에게 하면, 이것은 사회적 노시보라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프랑스의 감염학자 디디에 하울은 2020년 프랑스 상원에 초대되어 이 같은 내용을 증언한 바 있다.

세상의 모든 미디어가 인류를 초토화시킬 초대형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으며, 이 신종 바이러스는 무증상인 상태에서도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로 인한 공포에 시달린 나머지, 점점 쇠약해질 수 있고, 심지어 아무런 구체적 위협이 없이도 죽음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시보(Nocebo))라 부르는 이 현상은 플라시보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라틴어로 '나는 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사람에게 실제로는 무해하지만 해롭다는 주입된 믿음 때문에 실제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물질, 현상을 가리킨다.

프랑스의 한 심리학자는, 지난 시간 동안, 정부 방역 당국이 프랑스 시민들을 향해 취해온 일들은 마치 어른에 의해 학대받는 아이와 비슷한 상태에 시민들을 놓이게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람들은 공포 마케팅에 주눅들어 있으며 정신적으로 지쳐있다. 논리적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시시각각 변모하는 방역 규칙, 너무 많은 금지, 신체의 자유조차 박탈 당한 초유의 상황, 확진자가 되면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고, 세상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공포의 주입은 인간의 면역력을 최악으로 약화시키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생존 능력인 연대하고, 추론하며, 함께 답을 찾아 현명한 답에 이르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시민들에게 주문한 것은 “너희들은 생각하지마라. 그저 우리의 말을 따르라”였다. 더구나, 강요된 마스크 착용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도, 미소를 전할 수도 없게 했을 뿐 아니라, 면역력 형성에 핵심 요소인 햇빛도 차단하게 만들었다. 보건 당국은 면역학의 기초도 모르는 집단이란 말인가?

19세기 프랑스 의학계의 두 거장이자, 치료의 관점에선 반대 입장에 있던 클로드 베르나르와 백신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루이 파스퇴르는 질병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토양(인간의 신체)인가 아니면 외부로부터 침투해 들어오는 병원체인가를 두고 평생 논쟁을 벌여왔다. 파스퇴르는 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 학자였다.

그러나, 파스퇴르는 임종의 자리에서, “베샹이 옳았다. 병원체는 아무 것도 아니다. 토양이 전부다” 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면서 그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사람 몸에 침투해도, 튼튼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면, 해를 입지 않는다는 얘기다.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그것만 콕 찝어서 막아주는 약물을 만인에게 주입하기 보다는, 병원체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탄탄한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치료의 접근이라는 것이 이 논쟁의 결론이었다. 의학을 실천하는 방식에서 근본적 대척점을 이루는 두 관점에 대한 논쟁에서 파스퇴르가 임종에서 인정한 자신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은 건강한 토양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병균을 적으로 삼고, 그들과 전쟁을 벌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진화의 방향을 주도한 것은 당연히 자본의 논리에 따른 결과였다.

WHO에서 10여년간 자문위원으로 일해온 스위스의 보건의학자 아스트리드 스터겔베르제는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이 아니라 질병에 초점을 맞춰왔다. 제약회사들은 오로지 더 많은 약을 팔려는 목적만 가지고 있으며, 약을 팔기 위해 그들에겐 질병과 환자가 필요하다” 는 말로, 제약사들과 머리를 맞대며 그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변모해 온 WHO의 타락을 지적한 바 있다. 2000년대부터 WHO의 재정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게이츠 재단이 설립을 주도한 백신사들의 단체 세계백신연맹(GAVI) 등 민간단체들의 재정적 영향력 하에 놓이며, 그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도구로 전락해왔다.

2020년 3월 12일 코비드19 팬데믹 선언 이후, 전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동 통제, 마스크 착용, 회합 금지, 대인 접촉 금지 등을 일괄적으로 명령 받으며 백신의 은총이 베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맞으라는 얘기만 들어왔다. 그 사이 정부는 우리의 면역력을 어떻게 하면 강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이 제시하는 모든 방법은 오히려 사람들의 면역력 저하에 적극 기여했다. 철저한 자본의 질서에 따라, 제약회사의 이윤에 보탬이 되지 않는 정보는 유통되지 않았고, 오히려 탄압당하거나 은폐되었던 것이다.

호모 마스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인류는 지난 2년 동안 제 얼굴을 잊은 채 살아왔다. 서로의 표정을 응시하지도, 미소를 전하지도 못하면서, 점점 더 거리를 두고, 경계하고, 때론 증오하며 지내야 했다. 타인을 잠재적 위험으로 간주하게 만들고, 백신자와 비백신자가 서로 반목하고, 질타하도록 부추기는 정부와 언론의 선동에 무력하게 순응하면서. 이러한 환경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능력 휴머니티의 발현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그러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본질을 극적으로 상실해 갔다.

거리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을 본지 오래다. 그것은 바이러스를 중심에 둔 관점에선 가장 위험한 행위겠으나, 토양, 즉 몸의 면역력을 중심에 둔 관점에선 가장 바람직한 일에 속한다. 키스나 포옹은 엔돌핀과 옥시토신 등 행복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특히 키스할 때 분비되는 엔돌핀은 몰핀보다 200배 강한 천연 진통제로 체내 면역 항체를 증가시킨다고 아주대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밝히고 있다.

진지한 하루의 일과인 듯, 마당을 공유하는 4마리의 이웃집 고양이들은 오늘도 담장과 마당, 지붕 위를 빠짐없이 두루 산책하고, 마당을 뒹굴며 뛰어논다. 메마른 나뭇가지들을 분주히 오가며 먹이를 찾던 새들도 종종 가지 위에 나란히 앉아 다정한 스킨쉽을 나눈다. 이들에겐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백신도, 모임제한 같은 우수운 지침도 필요치 않다. 그들에겐 그들의 신체에 대해 결정하는 WHO도, 공포를 전달하는 TV도, 방역규칙을 결정하는 질본도 없으니 하늘을 날고, 담을 넘기 위해 패스도 필요치 않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분명 같은 바이러스들과 공존하지만, 그들의 삶은 2년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류가 타고난 지혜라는 제 안의 버튼을 끄고, 자본과 권력의 스피커인 주류 언론에 귀기울이는 동안, 현생 인류는 사피엔스라는 학명에 걸맞지 않게, 심각하게, 매우 심각하게 퇴화하고 있다.

얼굴을 가리고, 표정을 소거한 채 살아가는 호모 마스크스(마스크를 쓴 인류)는 퇴화된 인류를 상징하는 오늘의 슬픈 초상화다. 지상 위의 그 어떤 생명체도 지금의 인류보다 어리석지 않다. 우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태어났다. 생각하는 인간, 지혜로운 인간, 제 머리로 사고하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줄 아는 현생 인류의 본질을 회복해야할 시간이다. 누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하는 수 밖에 없다.

참고: 

1.플라시보(Placebo) : 라틴어로 '내가 기쁨을 줄 것이다'란 뜻의 단어로, 심리학자들은 고통을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당신을 치유할 것이라고 하고, 환자가 그 말를 신뢰하면, 가짜 약임에도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플라세보 효과라 한다.

2.앙투안 베샹(Antoine Béchamp)은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와 같은 입장에 서 있던 당대의 의사다. 클로드 베르나르는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스승이었고, 앙투안 베샹은 파스퇴르와 함께 수학한 동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