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접종 근로자 72% "코로나 백신 강요하면 퇴사"

2021-10-29     전성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여태 맞지 않은 미국 노동자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강요하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은 이달 14∼24일 미국 성인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재단은 "고용주가 전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현재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2%에 달했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거나 매주 검사를 받아 음성진단서를 제출하는 양자택일을 강요할 경우에도 "퇴사할 것"이란 응답이 37%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연방 공무원과 직원 100인 이상 민간 사업체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과 관련해 거센 저항이 일고 있다.

이러한 조처로 영향을 받는 민간기업 소속 노동자의 수는 약 8천만 명으로 미국 전체 노동자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비율 그대로 무더기 퇴사가 일어난다면 미국 전체 노동자의 5∼9%가 직장을 그만두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 거부자들의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리즈 하멜 KFF 부회장은 "사람들이 여론조사에서 밝히는 입장과, 실직 가능성에 직면했을 때 실제로 보이는 행동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식품 가공업체 타이슨 푸드와 유나이티드 항공 등 이미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대형 사업장에선 대량 퇴사 등의 잡음 없이 거의 전 직원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사업장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5%는 고용주가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시행된 같은 내용의 조사(9%)에서보다 16%포인트 높아진 비율이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미국 내 고용조건의 일부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형 은행 중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곳은 시티그룹이 첫 사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