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이어 이번엔 기름 사재기…영국 주유소 대란 지속

2021-09-27     전성철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휴지 사재기로 혼란을 겪은 영국에서 이번엔 주유소 대란이 발생했다.

금요일인 24일부터 전국의 주유소에는 주유탱크를 채우려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거나 기름이 떨어져서 아예 텅 빈 상반된 풍경이 나타났다.

BBC는 26일(현지시간) 주유소 네 군데를 들러도 기름을 넣지 못해 출근을 못 할 뻔한 햄프셔 지역 간호사와 토요일에 세 군데, 일요일에 여섯 군데를 갔지만 주유를 못 해서 월요일 회의를 취소했다는 케임브리지의 건설업체 직원 사례를 소개했다.

이 밖에도 새벽 5시에 30분을 기다려 겨우 주유했다거나 주유소 대기 차량이 뒤엉켜서 고속도로까지 정체됐다는 소식들이 전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지역에 기름이 남은 주유소가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는 1인당 주유 한도를 30파운드(4만8천 원)로 제한하기도 했다.

주유소 대란은 BP 주유소에 기름을 나를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소비자들이 기름통까지 들고 사재기에 나선 탓이다.

영국에 트럭 운전사는 원래 부족했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이 대거 귀국하고 브렉시트로 신규 유입은 잘 안 되면서 더 심해졌다. 또 코로나19와 운전면허 관리 기관의 파업으로 인해 관련 운전면허 시험도 대거 취소됐다.

정부는 결국 트럭 운전사 5천 명과 육계 업계 종사자 5천500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내세워 집권한 보리스 존슨 총리로서는 피하고 싶던 정책 유턴이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트럭 운전사들의 임금을 올려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며 업계의 비자 발급 요구를 거부했다.

정부가 나름 결단을 내렸지만, 업계에서는 석 달 임시 비자로 해결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소비자 불안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랜트 섑스 교통부 장관이 26일 BBC 앤드루 마 쇼에서 전국의 6개 정유사와 47개 저장센터를 확인한 결과 기름은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딱히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섑스 장관은 사재기에 나선 운전자들과 화물운송 업계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운전자들이 평소처럼 주유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화물협회의 누군가가 지난주 정부-업계 회의에서 다뤄진 BP의 트럭 운전사 부족 상황에 관해 언론에 흘린 뒤 사재기가 벌어졌다면서, "조작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가 브렉시트에 대비를 안 해서 생긴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트럭 운전사 부족 규모만큼 10만 명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연금부 장관을 지낸 브렉시트 찬성론자 이언 던컨 스미스는 텔레그래프 칼럼에서 트럭 운전사 부족은 브렉시트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행정 무능 탓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