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은 했지만'…탈레반, 아프간 해외자산 동결에 '재정위기'

2021-08-19     lukas 기자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지만 외화 자산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재정 위기에 처할 공산이 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즈말 아흐마디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는 해외에 90억달러(약11조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외화 보유고가 거의 없다고 전날 발표했다.

해외 자산 중 70억달러(8조2천억원)는 미국 연방중앙은행에 채권, 금 등의 형태로 예치돼있다.

그러나 탈레반을 테러 단체로 간주하는 미국 때문에 해외 자산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아흐마디 총재는 또 지난주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은 예정된 달러 선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아프간은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빈곤층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한다고 이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주요 아프간 지원국 중 하나인 독일도 개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이 16억(1조8천억원) 달러에 불과하다.

그동안 탈레반은 국제사회에서 테러단체로 간주돼 여러가지 제재를 받자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5년간 집중적으로 아편을 재배해 해외에 팔아왔다.

유엔 세계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산 아편은 지난 2020년 한해 전세계 아편 생산량의 84%를 차지했고, 이중 대부분이 탈레반 점령 지역에서 재배됐다.

특히 아프간은 최근 3년간 아편 생산량을 늘리면서 작년 한해 양귀비 재배량이 전년 대비 37%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이란을 비롯해 중동 지역의 부호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만으로는 향후 국가 운영이 불가능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 점령 후 첫 기자 회견에서 앞으로 마약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존 소프코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은 "탈레반은 해외로부터 원조를 받아야할 필요성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