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인플레' 베네수엘라, 3년만에 또 화폐개혁…'0' 6개 뺀다

2021-08-06     김건호 기자

초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3년 만에 다시 화폐 액면을 절하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는 10월 1일부터 기존 화폐 단위에서 '0' 6개를 뺀다고 밝혔다.

지금의 100만 볼리바르가 1볼리바르가 되는 것이다.

한때 '오일머니 부국'이던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하락과 국영 석유기업의 부실 운영 등으로 올해까지 8년 연속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살인적인 수준의 초인플레이션도 4년째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물가 상승률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은 2천575%에 달한다. 그나마 2018∼2019년의 백만%대에 비해선 진정된 수준이다.

자고 나면 몇 배로 오르는 물가 탓에 장을 보려면 돈다발을 싸서 가야 하는 상황이 됐고, 기업들도 지나치게 큰 돈 단위 탓에 회계 처리 등에 곤란을 겪었다.

볼리바르 가치가 뚝뚝 떨어지다 보니 일상적인 거래에서 미국 달러의 의존도도 높아졌다.

베네수엘라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은 2008년 이후에만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1천 대 1, 2018년엔 10만 대 1의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고액권도 잇따라 새로 발행했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이 계속된 탓에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3월 나온 역대 최고액권인 100만 볼리바르의 가치는 현재 25센트에 불과하다.

이날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통화 명칭을 현재의 '볼리바르 소베라노'에서 '볼리바르 디히탈(digital·디지털)'로 바꾼다며,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변화라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실물 화폐도 계속 발행해 5∼100볼리바르 지폐를 새로 만들 예정이다.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의 가치는 현재 공식환율 기준으로 25달러(약 2만8천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