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도심 식당 80%가 폐업 고민…코로나19 불황에 직격탄

2020-10-23     전성철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춰진 지 열흘 만인 지난 2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의 한 작은 백반집에 들어서자 조용한 홀에 TV 소리만 울렸다.

혼자 반찬거리를 다듬던 주인 김명숙(70)씨는 "점심 한 끼 장사로 먹고사는데 오늘 딱 열다섯 상 팔았다"며 "(방역) 1단계 되고(내려가고) 손님이 좀 오나 싶더니 이번 주는 어째 더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자리에서 21년째 식당을 영업 중인 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전례 없이 혹독했다.

평일 점심때만 손님 30∼40명은 거뜬하게 받던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루를 통틀어 20명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남편이 2004년에 쓰러져서 지금껏 병원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인데 병원비는커녕 인건비도 안 나오게 생겼다"며 "그나마 코로나19 이후 월세를 깎아줘서 나 혼자 밥 벌어먹는 정도만 간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두자니 집에 환자가 있어 그만둘 수도 없는데…"라며 말을 흐리던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오랜 기간 지역 경제가 받은 타격은 좀처럼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천곳에 가까운 음식점이 운영 중인 인천 원도심의 외식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배달 주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이 활성화되지 않은 소규모 식당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현재 인천 대표 원도심 중 하나인 미추홀구에는 한식·중식·양식 등 음식점 4천712곳이 있다.

23일 미추홀구가 지난달 1∼4일 100㎡ 이상 규모의 음식점 업주 1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폐업, 업종 전환, 이직을 고려하는 업주가 83%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30∼50% 이상 감소했다는 곳은 90%나 됐다.

이들 업주는 외식업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불안정한 정치·경제 정책, 편의점과 가정식 대체식품의 증가 등을 들었다.

업주의 72%는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진 9월 이후에도 외식업 전망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하거나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답은 28%에 그쳤다.

미추홀구는 내년도 예산 2천900만원을 편성해 지역 음식점의 매출 증대를 돕기 위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나 조리사협회에 소속된 외식 전문가들과 지역 업주들을 연결해주고 식당들의 자체 홍보가 가능한 전용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의 내용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업주들에게 직접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물어보니 전문적인 조언과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답이 많았다"며 "작은 업체들도 스스로 식당을 홍보할 수 있는 통로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