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들통난 네이버의 거짓말 '알고리즘'은 공정하다

네이버 뉴스편집·배열 알고리즘 검증해야

2020-10-08     박한명 기자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공룡 포털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이 걸려들었다. 공정위가 네이버에 대해 쇼핑과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상단에 올리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를 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자사에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을 건드린 네이버의 치밀함을 확인하면 더 경악스럽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네이버는 2017년 8월 24일 검색 알고리즘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뒤 네이버TV와 같은 자사 동영상이 더 쉽게 노출되면서 유리하게 바뀌었다.

예컨대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는 작년 8월 29일까지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되게 가점을 부여하면서도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경쟁 플랫폼 영상은 아무리 품질이 좋다고 해도 가점을 받을 수 없었다. 키워드가 입력된 동영상에 유리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완전히 바꾸어놓고도 그 사실을 경쟁사에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반대로 네이버 동영상 부서에는 데모 버전을 주고 테스트를 시키며, 계열사를 통해 네이버TV 동영상의 키워드를 체계적으로 보완했다. 이렇게 한 결과 단 1주일 만에 검색결과 최상위에 노출된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무려 22%가 증가했고 가점까지 받은 테마관 동영상 노출 수 증가율은 43.1%에 달했다고 한다.

경쟁사인 아프리카TV(-20.8%), 판도라TV(-46.2%), 곰TV(-51.0%), 티빙(-53.1%) 동영상의 노출 수는 반대로 일제히 줄었다.

공정위는 알고리즘 바꾸기 전후를 장기적으로 비교해봐도 네이버TV 콘텐츠의 최상위 노출 비중이 증가하는 패턴은 동일했다고 했다.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개편한 후 2년이 지난 작년까지도 경쟁사 동영상 중 키워드가 입력된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반대로 네이버TV의 키워드 입력 비율은 65%에 달했으니, 지금까지 드러난 수치들과 불공정 행위 결과만 보아도 네이버가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는 등의 공정위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본다.

증명된 네이버 알고리즘의 불공정·편파성

네이버는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와 고민 없이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사에 절대 유리한 결과를 낸 네이버 알고리즘이 공정하다고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네이버는 결코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네이버는 뉴스편집, 배열의 공정성이 문제가 될 때마다 ‘사람이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AI가 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발뺌을 했다. 그게 거짓임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본다.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던 네이버의 알고리즘은 ‘네이버 우선주의’에 충실히 따랐다.

쇼핑과 동영상 부분에서 자사 이익을 위해 경쟁사에는 알고리즘을 바꿨다는 정보를 제공조차 하지 않았다.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의 극한의 이기심이 작동한 불공정 경쟁이었다.

네이버는 이미 스포츠 뉴스 기사 편집·배열에서 조작한 사건으로 들통난 사실이 있다.

잘 알다시피 드루킹 댓글조작으로 뉴스 댓글을 통해 광범위한 여론조작 사건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론 조작은 지금도 드루킹-김경수 사건 재판에선 네이버 고위 임원이 댓글 조작에 연루됐음을 알 수 있는 증언도 있었다.

정권세력이 총동원돼 축소하기 바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뉴스 배열 알고리즘 조작 의혹도 제기된 상태 아닌가.

쇼핑 알고리즘 조작이 자사에 유리하도록 치밀하게 진행됐듯 뉴스편집 배열도 네이버에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이 짜였을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네이버에 유리한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권력을 쥔 쪽 입맛에 맞는 알고리즘이 될 것이다. 매일 같이 네이버를 이용하는 많은 국민이 뉴스편집이든 검색이든 문재인과 추미애 이낙연 조국보다 안철수 홍준표 오세훈 주호영 등 소위 우파 정치인에 불리하다고 느껴온 이유가 분명히 있다.

네이버는 불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느낌 탓이라고 더이상 핑계 댈 수 없다. 필자가 이전 여러 편의 글에서 지적했듯 이제는 포털의 다른 부분, 뉴스편집 알고리즘의 공정성·객관성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 야당이 이번 국감에서 총력을 다해야 할 사안은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