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리도 모두 반대…영국 '국내시장법안' 논란 이유는

2020-09-16     김태호

영국 보수당 출신의 존 메이저(77) 전 총리와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67) 전 총리는 최근 한 신문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보리스 존슨 현 총리가 추진하는 '국내시장법안'(The internal market bill)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내시장법안은) EU와의 협상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의 무역 협상마저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신뢰가 훼손되면 불신이 만연해진다"고 우려했다.

보수당 출신의 데이비드 캐머런(53) 전 총리 역시 "법령을 통과시킨 다음에 국제 조약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그래서 제안된 (국내시장법안) 내용에 정말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보리스 존슨 총리의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까지 감안하면 현재 생존해 있는 영국의 전직 총리 5명이 한목소리로 국내시장법안을 반대하거나 우려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영국 정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58쪽 분량의 국내시장법안을 발의하면서 영국 정치권은 물론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유럽연합(EU)도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이는 국내시장법안이 단순히 영국의 국내법이 아니라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이후 4년간 지속돼 온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의 향방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을 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영국-EU, 천신만고 끝 합의 도달…1월 말 브렉시트 단행
국내시장법안 관련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난 1월 말 브렉시트 단행의 법률적 근거가 된 EU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영국과 EU가 오랜 협상 끝에 도달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크게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탈퇴협정은 이른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조약이다.

양측이 탈퇴협정 합의에 이르기까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문제였다.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북아일랜드 역시 다른 영국 지역과 마찬가지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떠나게 되고, 이 경우 과거 북아일랜드 내전 시절과 같이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