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재검표 늑장', 대법원 대신 KBS가 해명

2020-09-08     인세영

4.15총선의 선거 절차에 하자가 있으니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선거소송'과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어 당선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당선소송이 제기된 지 벌써 넉달이 넘어가고 있다.

대법원(대법원장 김명수)이 특별한 사유없이 140일 가깝게 사법적인 절차 진행을 하지 않고 있어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KBS가 대법원의 입장을 대신 설명하고 나서 화제다. 

부정선거의혹 이슈와 관련해서, 지난 4개월 동안 강남 한복판에 수천명이 모여 진상규명을 요구했음에도 일체 보도를 하지 않던 KBS가, 부정선거 의혹 재검표를 하지 않아서 비난을 받고 있는 대법원의 입장을 대신 설명해주는 기사를 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KBS는 7일 [이슈체크K] “180일 다 돼가는데…” 부정선거 의혹 재검표 늦어지는 이유는?  라는 기사를 통해 대법원이 재검표를 아직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KBS는 부정선거 의혹 관련 재판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소송 건수가 워낙 많은데다 각 사건의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쟁점이 다양하고 복잡해 증거조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는 대법원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또한 KBS는 "원고가 검증(재검표)의 목적, 검증사항 등을 기재한 검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고 대법원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107건을 수임한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측이 검증신청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 지연이 되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기사 말미에는 법조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판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할 경우 조금 더 빠른 판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을 뿐 핵심적인 서류는 아니라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대법원에서 재검표를 빨리 명령할 마음만 있었다면 소송을 제기한 측에게 검증신청서 제출을 하라고 종용할 수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검증신청서 때문에 절차가 지연되었다면, 검증신청서를 냈던 지역구라도 재검표 등의 사법절차를 진행했어야 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관

또, 차일피일 재검표 명령을 미루던 대법원 측이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제서야 KBS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있다. "대법원은 왜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가 KBS가 대법원의 대변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식이다.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는 "검증신청서가 없어서 재검표가 늦어었다는 논리라면, 검증신청서를 제출했던 곳은 왜 재검표를 하지 않았느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대법원이 KBS를 내세워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라고 반응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4.15총선 직후 제기되었던 100여 건의 소송에 대해 단 한건도 사법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대한 소송을 다른 쟁송에 우선해 신속히 재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  

한편, 지난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도 중앙선관위원장 자리를 고집하는 권순일 위원장을 둘러싸고 그 의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직하게 되는 경우 대법관을 마치면 중앙선관위원장도 내려놓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권순일 위원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