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앞바다 무게 1만t 슈퍼 블록 초강력 태풍 막아냈다

2020-08-27     김태호

"마을을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급 바람을 동반한 태풍에도 가거도항 앞마을 주택 기왓장 한 장 부서지지 않았다고 주민들도 말하고 있다."
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강풍을 동반한 초강력 태풍 '바비'가 지나갔지만, 마을은 무사했다.

지난 2011년 태풍 '무이파' 때 방파제 앞 파도를 막는 60t이 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테트라포드)이 마을 앞 도로까지 파도에 휩쓸려 60m 이상 날아오는 아찔한 사건도 발생했다.

마을 지붕이 날아가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매번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전쟁과도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방파제 바로 앞바다에 슈퍼 블록(케이슨)이 설치되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10층 규모인 높이 28m, 무게 1만t짜리 대형 케이슨이 최근까지 16개가 설치됐다.

이 케이슨은 제작비를 포함해 설치비까지 개당 35억원이 들어간다.

케이슨(caisson)은 상자 형태로 제작된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말한다.'

교량의 기초나 방파제, 안벽 등의 본체용 구조물로 사용되는데 내부는 흙이나 사석으로 가득 채워 그 무게가 엄청나다.

이 거대 케이슨을 쌓아 슈퍼방파제를 건설하면 100년 빈도의 태풍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 예상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목포해수청 장귀표 청장은 "최근 케이슨 16개가 다 설치됐는데 링링 때보다 더 센 파도에도 케이슨이 끄떡없이 버텼다"면서 "한마디로 마을을 구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태풍 바비가 근접했을 때 가거도 파고는 13.1m로 링링 때(12.5m)보다 0.6m 더 강력했지만 막아낸 것이다.

목포해수청은 케이슨 안정화 작업이 안된 상태에서도 역대급 파도를 막은 걸 보면 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태풍으로 16번 케이슨이 약간 자리를 이탈했을 뿐 주요 구조물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링 때도 케이슨 한 개 후면부가 약간 부서졌을 뿐 견뎌냈다.

가거도 주민들도 "초강력 태풍과 높은 파고에도 마을에 별 피해가 없는 것은 거대 케이슨 설치 효과"라면서 "공사가 다 끝나면 가거도 태풍 피해가 현저하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거도항 항구복구 공사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470여명의 가거도는 우리나라 맨 서쪽 섬으로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다'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이름이 붙여졌다.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흑산도, 홍도를 거쳐 4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