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에 민주노총?" K방역 이중잣대 논란

세부규정 없는 우선검사대상자선정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세부적인 지침을 정해서 시행하도록 조치할 것"

2020-08-22     인세영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이 15일 열린 두 집회에 이중잣대 들이대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와 같은 시간에 종각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위험도가 낮아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종각은 광화문과 바로 인접해 있으며, 이날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는 3000여명의 사람이 비말(침방울)이 튀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전파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8·15 광화문 집회에서 가장 위험한 노출은 사랑제일교회로, (검사는) 당시 감염력이 있는 시기에 밀접 접촉한 집회 참여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집회가 진행됐던 양상이나 장소, 시간 등을 조금 더 세분화해 우선순위를 가지고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그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본부장은 "세부적인 지침을 정해서 시행하도록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본부장의 이 발언은 결국 어떤 대상을 먼저 조사해야 하는 명확한 기준과 세부적인 지침도 없이 방역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특정 집단을 전수조사 한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정부가 마음대로 특정 집단을 전수조사 하도록 지시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질병관리본부장)은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2000명 정도가 모여 집회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이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감염 위험도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봤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확진자가 확실히 있었고, 이를 통한 감염확산의 우려, 또 확진자가 발생했던 사랑제일교회의 관계자분들과 교인들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며 "이런 위험도를 근거로 두 집회는 같은 날 시행됐음에도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고 조치하고 있다"라는 다소 황당한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회에 모인 3000명 안에도 확진자가 들어 있을 확률은 얼마든지 있었다. 

집회 전에 연합뉴스 및 일부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들은 "교회=코로나" 라는 프레임을 세워놓고 집중적으로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똑같은 논리로 민주노총에 대한 코로나 감염 위험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켰다면, 과연 민주노총에서 코로나 확진자 1-2명이 나오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코로나 확진자의 집회 참석 가능성만 가지고,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한 두 단체에 대해 이처럼 방역당국의 대우가 달라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정부가 정확한 세부적인 지침도 없이 대상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민주노총은 문제가 된 15일 광화문 인근 집회 후에도, 20, 21일 천안의 한 수련원을 집단으로 방문해 수련회를 열어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친목도모 행사 없애고 회의만 진행"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전국에서 대의원이 모이는 행사를 이런 시국에 강행하면서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을 보여야 하는데,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와 민주노총집회에 대한 잣대가 이렇게 달라서 되겠냐?" 라는 반응과 함께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와 정부의 K방역 자체의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중잣대 때문이다." 라고 안타까워했다. 

우선검사 대상자 선정에 대한 세부지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조금씩이라도 전국민 전수조사를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어차피 무증상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시점에서, 방역당국이 특정 집단을 마녀사냥식으로 '타겟 조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구성원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 "집회 관리를 위해 투입한 경찰은 전부 코로나 검사를 하는데, 정부는 실제 집회한 민노총 사람들에겐 왜 자가격리, 진단하란 소리를 안 합니까"라면서 "국민 안전 앞엔 여야 구분이 없다"며 "진영 대결, 이념 대결로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고 따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래야 할 것 같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광화문 인근 을지로에서도 5000명 가량이 4.15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라는 블랙시위가 펼쳐진 바 있다. 이들중 일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기도 했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블랙시위대에 대해서는 방역당국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은 부정선거의혹을 제기하는 국투본 및 블랙시위대가 언론에 언급되어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라면서 "이들 블랙시위대는 수천명 단위로 지난 5월부터 벌써 4달째 매주 토요일 서초역에 모여 집회와 거리행진을 한다. 방역당국에서 이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쓴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도무지 방역에 대한 형평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