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마스크 미착용 신고해도 안내방송뿐…문제는 '인력부족'

2020-08-20     김태호

 

"○○○ 보안관이 출동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11시 25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대화행 열차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기침을 하는 남성을 신고하자 5분이 채 되지 않아 보안관의 출동을 알리는 애플리케이션(앱) 알림이 떴다.

하지만 15분이 지나도 보안관은 나타나지 않았고, 열차 내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방송만이 계속해서 나왔다.

한 시민이 직접 나서서 "마스크 좀 착용해달라"며 요청했지만 해당 남성은 하차할 때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을 하며 통화를 이어갔다.

열차에서 내린 지 10여분, 신고한 지 약 30분이 지난 뒤 앱을 통해 답변을 받았다.

"늦은 답변 죄송합니다. 해당 시각 보안관 요청하려 하였으나, 현재 해당구간에 없어 출동이 어렵다고 전달받았습니다. 담당 부서로 마스크 미착용자 하차 방송 요청을 했습니다."
다른 승객들도 문자와 전화 등으로 신고를 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을 하던 남성은 목적지까지 큰 제재 없이 갈 수 있었던 반면 탑승객들은 30여분간 불편을 겪거나 다른 칸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 마스크 미착용 신고…접수 방법만 간편, 조치는 미흡
지난 5월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한 뒤 마스크 미착용 민원이 급증하자 서울시는 지난 3일부터 기존에 전화나 문자로 가능했던 신고를 스마트폰 앱 '또타지하철'로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신고 방식은 쉬워졌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신고 이후 조치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상에는 "몇번이나 신고했는데 돌아오는 답도 느리고 그나마 온 답변마저 '방송하겠다'는 게 전부이니 참 답답했다", "열차에 타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선풍기 바람을 쐬길래 신고했더니 강제조치는 불가능하다고 해 화가 났다" 등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그냥 방송만 하면 본인 얘기라고 생각을 안 해 아무 효력이 없다"며 "대중교통수단 내 마스크 착용 단속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하루 민원 3천500여건…"인력부족으로 민원 지체 잦아"
20일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안관 인력 부족이다.

이 관계자는 "보안관들이 최대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모든 민원을 100% 처리하기는 힘들다"며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무량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예산 등의 한계로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 공사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들어오는 신고는 하루 평균 3천500여건으로, 이중 마스크와 관련된 민원은 전체의 20%인 700여건에 달한다.

반면 지하철 1∼8호선 278개 역에 배치된 보안관은 275명이며, 이들 중 열차 내로 출동해 무질서 등을 단속하는 업무는 232명이 수행한다.

이들이 2교대로 나뉘어 근무하고 있어 실제로는 약 116명이 278개 역을 맡는 셈이다. 평균 5개 역에 2∼3명의 보안관이 배치돼 있다.

공사 관계자는 "보안관은 열차 내 무질서가 발생하면 열차뿐 아니라 역사 내에서도 단속 업무를 한다"며 "화재·범죄·주취자 등 열차 내 모든 신고에 대해 초동조치를 하다 보니 민원 처리가 지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