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의 눈' AESA레이더 국내기술로 만들었다…첫 시제품 출고(종합)

2020-08-07     전성철 기자

한국형 전투기(KF-X)에 장착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첫 시제품이 출고됐다.

해외로부터 기술이전 없이 국내 개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개발 착수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방위사업청은 7일 오전 경기 용인시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에서 한국형 전투기 핵심장비인 AESA 레이더 시제품 출고식을 개최했다.

AESA 레이더 시제품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내년 상반기에 출고할 한국형 전투기 시제 1호기에 탑재돼 지상·비행시험 등을 거치게 된다.

국산 AESA 레이더를 탑재한 한국형 전투기는 2026년에 개발이 완료된다.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 레이더는 공중전에서 적기를 먼저 식별하고 지상의 타격 목표물을 찾아내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약 1천개의 송수신 장치를 독립적으로 작동 시켜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다.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미국이 2015년 기술을 이전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자, 정부는 이듬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ADD는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지상시험 및 점검을 통해 '입증 시제'(기술 검증 모델)의 기술 성숙도를 확인했다. AESA 레이더 하드웨어의 국내 개발능력이 확인된 것이다.

 이후 ADD는 '입증 시제'를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사로 보내 송·수신 장치와 결합하고 지상시험 및 비행시험을 진행, 한국형 전투기 기체 앞부분에 실제로 장착하는 '탑재 시제' 개발에도 성공했다.

AESA 레이더의 하드웨어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과제가 됐다. 전투기에 장착된 AESA 레이더가 비행·무기 체계와 통합 운용되기 위해서는 자체 소프트웨어가 필수다.

ADD 관계자는 "레이더가 항공기와 연결해 제 성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체계 통합이다. 체계 통합은 어려운 일"이라며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지만, 다른 레이더를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레이더는 미국이나 중국의 레이더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AESA 레이더는 소자의 숫자를 줄여 크기도 조절할 수 있다. FA-50이나 함정에도 이번에 개발된 AESA 레이더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9월 한국형 전투기 시제 1호기 조립이 시작되며, 이 과정에서 AESA 레이더도 함께 전투기에 탑재된다. 이후 지상 시험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행되고, 2023년 한국형 전투기 비행 시험을 한다.

남세규 ADD 소장은 "첫 시제품 출고라는 큰 성과를 거둬 기쁘다"며 "이제 자신감을 갖고 우리가 개발한 레이더가 전투기용 레이더로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