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웅덩이에서 빨대로 물 빼는 꼴"…잇단 침수에 주민들 허탈

2020-07-30     전성철 기자

 

"저길 보세요. 기존 하수도관 없애고 아파트 건설을 하기 위해 큰 물웅덩이를 판 셈인데, 빨대로 물을 빼려니 되겠습니까? 넘칠 수밖에 없지요."
올해 장마 기간 세 번째 잇따른 침수 피해를 겪은 광주 북구 중흥동의 주택가 주민들은 불만을 넘어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흥3구역 재개발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 주변 주택가 주택 13가구와 상가 3곳은 지난 29일 오전 3시간 동안 내린 75㎜ 폭우에 침수 피해를 봤다.

이번이 세 번째 피해로 지난 10일과 13일 이미 두차례 침수 피해를 봤던 주민들은 이번에는 복구할 힘도 없다는 듯 집과 가게 밖으로 꺼내 놓은 가재도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난 두차례 피해 직후 나름의 재발 방지 조치를 했다고 약속받았지만, 또다시 발생한 피해에 할 말을 잃었다.

3번의 연이은 침수 피해는 결국 '인재(人災)'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잇단 침수 피해는 주변 아파트 단지 건설로 기존 하수관로가 사라진 것이 작용했다.

약 7만2천342㎡ 부지에 1천5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부지 내 2.5m×1.5m '박스형' 배수관(암거)이 철거됐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계획 예정 도로에 좀 더 큰 암거가 설치될 계획이었지만, 공사가 시작되기 전 찾아온 장마 폭우에 갈 곳을 잃은 빗물이 주택가로 연이어 밀려든 것이다.

1, 2차 침수 피해 직후 600㎜ 직경의 대체 관로를 확보했고 양수기도 4대가량 설치했지만, 지난 29일에는 처리 용량을 넘는 비가 내리면서 또다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광주 북구청 측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부지 내 고인 물을 퍼내 주택가 침수를 유발했다는 추정도 나왔지만, 폭우 당시 건설 현장 배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북구청은 파악했다.

북구는 관로를 증설하거나 대체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하수도법을 검토해 고발과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재개발조합 측으로부터 재발 방지 조치 계획을 받아 검토를 진행,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광주 북구청 관계자는 "건설사 측에서 추가 관로 확보나 수로 조성 등 조치계획을 제출해 내부 검토 중이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계획 시행을 서두르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상 협의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가 침수 피해를 본 최준연(47) 씨는 "3번 잇따라 침수 피해를 겪으니 이제 할 말도 없어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이번에는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 주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