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영결식 엄수 "소박하고 인간적인 사람...영면하길"

2020-07-13     박규진 기자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박규진 기자]8년 8개월여간의 서울특별시장 임기를 극단적 선택으로 급작스럽게 끝낸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엄수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영결식은 온라인으로 열렸으며 서울시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영결식 생중계가 끝난 직후인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으로 서울시 유튜브 채널의 온라인 영결식 조회수는 1만2천600회였다.

시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현장에는 유족과 시·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사회자인 고민정 의원은 "이제 손을 잡을 수도, 얘기 나눌 수도 없지만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 만들어갈 세상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이어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추모곡으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중 '에어'를 현악5중주로 연주했다. 이 곡은 표제 등이 죽음과 직접 연관이 없어 장례 음악으로는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사회자 고 의원은 연주에 앞서 "고인의 가시는 길이 평온한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 곡을 준비했다"며 "오늘도 바깥에는 빗줄기가 무척 거세게 내리고 있다. 많은 분들 마음속도 그와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 공동장례위원장 3인과 시민 홍남숙씨가 각자 조사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

백낙청 명예교수는 "내가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거의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예법에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성찰로 시작됩니다.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놀라고 탄복한 것은 끊일 줄 모르고 샘솟는 당신의 창의적 발상들과 발상이 발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게 만드는 당신의 실천력과 헌신성이었습니다"라며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를 거쳐 서울시장에 이른 고인의 활동을 회고했다.

이해찬 대표는 고인이 40년을 같이 살아온 친구였다며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인이 서울대 신입생 시절 김상진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반유신 시위에 참여했다고 학교를 떠나야 했으나,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해 "인권변호사로서 군사정권 하에서 시국사건 변론을 맡은 데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며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박 시장의 시신을 실은 운구 행렬은 서울추모공원으로 떠났다. 장례위원회는 고인을 화장한 후 유골을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 매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