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재판부가 국제사법공조절차 진행 거부"…법원과 갈등

2020-07-07     김태호

제주지검이 폭행사건 혐의자에 대한 법원의 잇단 무죄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원.검찰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검찰은 특수강간 등 혐의를 받은 40대 중국인이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법원에 공개적으로 불복의 뜻을 밝혔다.

제주지검은 입장문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법정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검찰의 잘못이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항소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과 강간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된 중국인 A(42)씨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특수강간과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체류자인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8시께 중국인이 모여 사는 서귀포시 한 주택에서 같은 국적 여성 B(44)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이튿날인 25일에도 전날 행위로 겁을 먹은 피해자를 또다시 강간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줄곧 피해자와 합의하에 관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피해자에 대한 경찰·검찰 진술조서와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에 대해 전부 동의하지 않았고, 재판부도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과 피해자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검찰진술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이 필요함에도 검찰이 피해자 출국 전 증거보전절차를 밟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검사가 형사사법공조요청에 따라 피해자의 중국 내 소재지 파악이나 증인 소환장 송달, 현지 법원을 통한 증인신문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는지, 출국했다면 다시 대한민국으로 들어올 예정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지검은 "공판검사가 의견서 제출 및 공판기일 의견 진술을 통해 재판부에 중국과의 형사사법공조 조약 체결 사실을 고지하면서, 형사사법공조 절차 진행을 요구했으나 재판부에서 형사사법공조 절차 진행을 거부했다"며 화살을 다시 재판부에 돌렸다.

제주지검은 이어 "피해자의 소재지가 확인되고, 전화 통화 등 연락 가능한 상태"라며 "법원에서 형사사법공조 절차를 진행했다면 피해자의 재판 진술이 가능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두 차례 화살이 오간 뒤 제주지법은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입장을 내놓겠다고 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 2일 다툼 도중 상대방의 목 부위를 한차례 때려 상대를 반신마비에 이르게 해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같은 재판부에 의해 무죄 선고를 받은 50대 남성의 재판 결과와 관련해서도 검찰과 법원 사이의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릴 당시 그러한 행위로 중상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해당 남성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박씨에 대해 '상해죄' 처벌이 가능하지만 '중상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이 건과 관련해서도 공소사실과 혐의 등을 변경해 항소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