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구경조차 힘들어"…강원 농가 작물 피해 급감

ASF 차단선 476㎞ 구축·2만2천여마리 포획…농민들 피해 감소 체감

2020-05-14     편집국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정부와 강원도, 각 지자체가 야생멧돼지 차단선 구축과 적극적인 포획에 나서면서 지역 농가의 작물 피해가 크게 줄어들었다.

ASF 차단을 위한 울타리 설치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가 멧돼지 번식기와 겹치면서 먹이를 찾는 멧돼지가 농가까지 접근하지 못했고, 또 적극적인 포획으로 개체 수가 감소해 피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에는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확산을 막고자 3단계 광역 울타리가 총 476.3㎞ 길이로 철원부터 고성까지 겹겹이 둘러있다.

이와 함께 각 양돈 농가 주위에도 차단 울타리를 설치해 멧돼지 접근을 막고 있다.

또 엽사 650명과 포획 틀 707개를 운영해 야생멧돼지를 포획하고 있다.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1일까지 도내에서 포획한 멧돼지는 2만2천90마리다. 폐사체까지 더하면 총 2만3천416마리에 달한다.

이는 2018년 한 해 동안 포획한 야생멧돼지 1만620마리보다 1만마리 이상 많은 숫자다.

 ASF 차단 작업이 한창 이뤄지던 10월은 멧돼지의 번식·포유기로 이때 많은 먹이가 필요한 멧돼지는 새끼를 데리고 산에서 농가까지 종종 내려온다.

따라서 수확철을 맞은 농가는 큰 피해를 겪어왔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멧돼지를 통한 농작물 피해가 줄어든 것은 농가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서 농사를 짓는 이만구(64) 이장은 매년 자신의 밭을 헤집고 작물을 먹어치우는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피해를 겪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멧돼지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이씨는 "이웃 농민들 얘기를 들어봐도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70% 넘게 줄어든 것 같다"며 "이제 옥수수 심을 때가 왔는데 마음 편히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도 농가 피해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각 시·군으로부터 피해 상황과 발생 건수 등을 건네받아 집계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아직 각 시·군으로부터 자료를 취합하고 있지만, ASF 차단이 진행되면서부터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통한 농작물 피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