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선방한 증권사들…'동학개미'가 살렸다

미래에셋대우 등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1천억원대

2020-05-01     김건호 기자

지난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 증권사가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거래 급증으로 상당한 수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미래에셋대우[006800], NH투자증권[005940], 신한금융투자 등의 브로커리지(증권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전 분기보다 크게 늘면서 다른 부문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떠받쳐줬다.

자기자본 규모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1432억원으로 전 분기(839억원)보다 70.7%나 급증했다.

반면 기업금융(IB) 수수료 수익은 782억원, 자기자본을 포함한 운용(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55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15.6%, 59.6% 감소했다.

수익 비중으로 보면 작년 4분기만 해도 트레이딩(33.4%), IB 수수료(22.7%), 브로커리지 수수료(20.5%) 순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40.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트레이딩 수익은 15.7%로 쪼그라들었고 IB 수수료는 22.2% 수준에 머물렀다.

NH투자증권도 1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132억원으로 전 분기(612억원)보다 61.8%나 늘었다.

작년 4분기 전체 수익의 50.6%를 차지한 트레이딩 수익(1696억원)은 올해 1분기 362억원 손실로 돌아서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이런 손실분을 브로커리지 수익이 일부 메웠고 IB 수수료 수익도 66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7% 늘면서 실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도 브로커리지 수익이 840억원으로 전 분기(492억원)보다 70.7% 늘면서 전체 영업수익 증가(22.1%)를 견인했다. 반면 트레이딩 수익은 470억원, IB 수수료 수익은 3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81.9%, 24.6% 감소했다.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는 지난 23월 코로나19 여파로 폭락 장을 맞은 국내 증시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주식 거래량이 폭증한 데 힘입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3천억원으로 작년 4분기(111천억원)보다 64.1%나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비대면(온라인) 개설 계좌의 경우 거래금액의 0.02% 안팎을, 증권사 지점 개설 계좌의 경우 거래금액의 0.30.5% 정도를 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금융위기 등으로 증시가 무너졌을 때는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증권사들의 손실을 키웠지만, 이번 폭락 장에서는 주가 반등 시 차익을 노린 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오히려 달아오르면서 증권사 실적의 큰 버팀목이 됐다.

삼성증권[016360] 장효선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코로나19로 대공황 급의 자본시장 붕괴 상황이 발생했음을 감안하면 운용 부문에서의 실적 악화는 불가항력이었다""오히려 변동성 확대에 따라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이 폭증하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1천억원을 넘는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한 것은 수확"이라고 평가했다.